한없이 부르고 싶은 이름 레드
그대에게 가니 가다 못가면 기어서 가리
길은 바퀴로 구르다 퍽, 펑크처럼 숨을 멈춘
김제 만경 대 (大) 노을이여,
잎잎마다 불붙어 떨어지는 가로수를 붙들고 가리
레드 고개숙인 이삭이 출렁이는 농로로
잘못들어선 관광버스를
콩타작하다 멍석 아무말 없이 비켜주던
젊지도 않고 그렇다고 늙지도 못한 아낙네와
운전사가 휘둥그레 옛사랑이었음을 서로 발견했을 때
달은 미처 뜨, 뜨질 못하고
후두둑 새떼들은 지평선 바깥으로 자릴 피하니
- 서규정 (50) '레드' 중
요즘은 시 제목을 이렇게 '레드' 로도 붙이나보다.
미국 영화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한국 유일의 지평선이 있는 김제평야도 한국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에는 숨 멈춘 커다란 저녁 낙조가 있고 그런 환경에서 옛사랑의 해후도 삽입돼 시가 영화처럼 움직이는데 시각과 청각이 반반이다.
요즘 노래의 노랫말로도 쓸만하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