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유고 진의 파악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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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밀로셰비치의 속내를 읽어라' - . 유고의 거듭된 G8 (서방선진7개국+러시아) 평화안 수락 의사표명을 둘러싸고 나토가 진의 (眞意) 파악에 고심하고 있다.

유고는 1일 G8 평화안 수용 의사를 담은 공식서한을 독일 외무장관 앞으로 보냈다.

같은 내용을 공식성명으로 발표한 지 하루만이다.

"유고군 병력의 코소보 철수와 유엔군 주둔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는 게 서한과 성명의 골자다.

하지만 서방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표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유고는 서한에서 유고군의 완전 철군을 약속하지 않았다.

평화유지군 성격도 '유엔군' 이라고만 지칭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관영언론을 통해 유고병력의 부분 철수 (공습이전 수준으로 축소) 와 나토군이 배제된 평화유지군 구성 주장을 계속 흘리고있다.

게다가 밀로셰비치 본인은 평화안에 대해 공식 언급한 적이 없다.

이번 서한도 외무장관 명의다.

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대통령의 2일 유고 방문도 결국 밀로셰비치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아티사리 대통령도 "이번 방문은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님" 을 분명히 했다.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 역시 "밀로셰비치에게 나토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인식시키려는 노력을 지지한다" 고 말했다.

종전 주장의 되풀이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밀로셰비치의 잇따른 평화 제스처가 나토로부터 지상군 투입을 준비할 시간을 빼앗기 위한 지연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공습 이후 처음으로 3일 군 수뇌부와 지상군 투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되 밀로셰비치의 전략에 말려들지는 않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평화유지군 구성 등을 놓고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의견접근이 상당수준 이뤄졌다.

평화적 해법 도출이 지체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지상군 파병론이 힘을 얻는다는 것을 밀로셰비치도 알고 있다.

따라서 밀로셰비치가 나토군의 코소보 주둔을 극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나토도 시한부 공습중단을 통해 유고에 병력철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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