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김법무장관 거취묻자 어두운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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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몽골을 방문 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31일 숙소인 울란바토르시 칭기즈칸 호텔에서 수행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순방의 의의와 남북문제 등을 피력했다.

또 김태정 (金泰政) 법무부장관의 거취문제 등에 대한 질문에도 답변했다.

그러나 이때의 표정은 아주 어둡고 무거웠다.

특히 金장관 거취문제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다 한 기자가 "金장관을 임명할 때부터 논란이 있었는데 지금 심정이 어떠냐" 고 묻자 "내 나름으로는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 고 대답했다.

언짢은 표정은 더욱 역력했고, 金대통령은 40분으로 예정된 간담회를 "이쯤 해두자" 며 25분만에 끝낸 뒤 간담회장을 떠났다.

나가면서 기자들과 악수조차 나누지 않았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처음 회견장을 들어올 때 "얼굴도 제대로 못봤는데 식사들은 제대로 하느냐" 며 웃는 얼굴로 기자들을 맞을 때와는 너무 판이한 모습 이었다.

金대통령은 회견 도중 "내 나이로서는 과중한 스케줄을 소화해내며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것들이 옷 문제로 국내 신문에 구석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 실망스럽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기도 해 착잡한 심정" 이라며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金대통령은 하루 10개의 행사를 소화해내는 등 빠듯한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여는 말>

이번 여행에 대단히 만족한다.

그동안 한.러관계가 소원했는데 이번 방문으로 회복됐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큰 신뢰를 쌓았고 우정을 확립했다.

이번 러시아 방문으로 4대국 순방외교를 마무리했다.

그래서 4대국 모두와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고 공식문서로 이를 확인했다.

경제분야에서도 많은 합의를 해 경협이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은 우리와 러시아.중국이 6월 베이징 (北京)에서 만나 회담을 본격 추진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외환이 부족해 구상무역에 합의했는데 은행들이 곧 구체적인 일에 착수할 것이다.

몽골은 인류학적으로 보면 우리의 친척이다. 우리가 당장 손에 쥐는 것은 적지만 몽골은 10대 자원 부국이다.

또 북한과도 관계가 좋은 몽골이 우리 대북정책을 지지한 것은 의미가 크다.

- 북한이 대북 포용정책을 수용할 가능성은 어떤가.

"앞으로 상당한 성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말할 수는 없지만 남북관계가 좋은 진전이 있을 수 있는 조짐도 갖고 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고 대화가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 남북관계에 좋은 조짐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며칠 기다려달라. 지금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

- 페리 조정관을 통해 북한에 보낸 메시지의 내용을 공개할 수 있나.

"미국과 합의하기를 따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필요하면 미국과 일본 등 3국이 공동 발표하기로 했다. 일부라도 말할 수 없다."

- 장관 옷 로비사건에 대해 김중권 (金重權) 실장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안다. 김태정 (金泰政) 장관 진퇴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점에 대해선 객지에서 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워낙 심각한 문제라 얘기하겠다. 첫째 내가 출국할 때, 오늘 아침에도 말했지만 유리창을 들여다보듯 투명하게 해서 국민 앞에 밝히고 그래서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나의 입장이다.

나는 이번 일을 국민의 정부가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 어느 정권이든 뜻하지 않은 사람이 철없는 일을 저지를 수 있고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이를 감추지 않고 사실대로 처리하는 게 옳다. 金장관 거취문제는 조사를 끝내고 진상이 밝혀지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

-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金장관 부인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金장관을 그대로 둘 수도 있다는 생각인가.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 여론조사 결과도 보고 받았는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선입견을 주는 말은 일절 하지 않겠다. 일단 조사시켰으면 결과를 보고 처리해야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 사직동팀으로 불리는 경찰청 조사과에 대한 존폐 논란이 있었다. 그에 대한 입장은.

"그런 논란이 있는 것도 모른다. 사직동팀은 전 정권때부터 있었다."

- 김태정 장관은 임명 때부터 검찰파동 문제 등으로 논란이 있었다. 지금의 심정은.

" (파동 당시) 검찰에서 일부 말썽이 있었지만 나중에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모든 장관 임명은 내 나름대로 그렇게 하는 게 적절하고 최선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

울란바토르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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