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과학시? 서울대 일부 이전? 묘안 찾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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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팎에서 거론되는 대안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서울대의 이공계 등 일부 학과 이전, 대표적 녹색도시로의 육성 등이다.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과학비즈니스벨트다. 일부 정부 관계자는 “이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와 정보기술(IT) 관련 기관만 이전해도 원안보다 훨씬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종 과학시’ 전망은=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2015년까지 3조5487억원을 들여 기초과학연구원과 초대형 연구시설인 ‘중이온 가속기’가 설치되는 선진국형 과학 중심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 초 종합계획이 마련됐으며, 입지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된 관련 특별법이 통과되면 4개월쯤 뒤에 정해진다. 정부는 당초 특별법이 연초에 처리되면 6월께 입지를 포함한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행정기관 이전과 얽히면서 국회에서 발이 묶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2007년 11월 충남 연기군을 방문해 “명품·첨단의 ‘이명박표 세종시’를 건설하겠다”며 “행복도시와 대전 대덕연구단지, 충북 오송·오창을 잇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시 이 후보가 이를 행정기관 이전의 대안이 아닌 추가 보완책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충청권이 두 가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그러나 과학비즈니스벨트만 제대로 돼도 도시 발전엔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잠정 추정치에 따르면 벨트가 만들어져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업 511개를 유치할 경우 2029년까지 20년간 해당 지역경제가 누릴 생산·고용 유발효과는 각각 212조7000억원과 136만1000명에 이른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 사이에선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종 과학도시’에 집중하고, 여기에 녹색성장의 동력 산업을 추가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도 흘러나오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현재 특별법이 표류하면서 내년 예산 배정도 불확실한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 925억원을 요구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며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이 잡히지 않으면 일정이 1년 이상 늦어지고, 핵심 시설인 중이온 가속기는 현 정부 임기 안에 착공이 불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이전 가능할까=과학비즈니스벨트와 함께 거론되는 대안은 서울대의 이공계 학과 이전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서울대는 펄쩍 뛰고 있다. 서울대 주종남 기획처장은 최근 모든 교수에게 “대학본부는 (이전에 대해) 전혀 논의한 바 없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주 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과를 흩어놓으면 통섭적인 학문 활동에 방해가 된다”며 “이공계의 경우 연구·실험장비를 옮기고 관련 인프라를 갖추는 데만 몇 년을 허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뜨거운 논란=행정기관을 원안대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지역 균형 발전과 정책의 일관성이다. 김용웅 충남발전연구원장은 “행정중심 복합도시는 행정이 중심이 돼 다른 복합기능을 수행하는 도시”라며 “행정만으로 도시가 안 된다면 다른 기능을 보완해야지 중심기능인 행정기관 이전부터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부작용이 뻔한데 더 이상 끌고 갈 순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대 김영봉(경제학) 교수는 “이대로 행정기관을 이전하면 20년 뒤엔 반드시 다시 옮겨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선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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