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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의 일본 개혁 실험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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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최근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 못지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하토야마 유키오 신임 일본 총리도 정치적 충성심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관료를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바마가 로비스트의 영향력을 줄일 것이라고 약속한 것처럼 하토야마도 경제 정책 수립 시 대기업의 영향력을 줄이고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농민,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돌리겠다고 했다. 오바마가 중동 오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듯이 하토야마는 미국에 대한 일본의 안보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광범위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만간 능력의 한계를 검증받게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처럼 일본의 새 내각도 예기치 못한 도전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서라기보다 자민당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승리를 안겨줬다는 점을 숙고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일부 선거 공약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예컨대 하토야마는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동 1인당 매월 275달러(약 33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본은 벌써 고령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출산 장려 정책의 하나로 신생아 1인당 37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는 추가적 재정 부담을 요구하는 이 같은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런 계획들이 기존 세금 공제 혜택 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안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

대외정책에선 미·일 안보동맹이 최대 현안이다. 동맹관계를 가늠하는 일차적 시험대는 인도양의 미국 군함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연료 공급 협정을 일본 정부가 연장할 것인지 여부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전 지원을 위한 급유 지원 협정은 내년 1월 종료된다. 하토야마는 선거 공약에서 이 협정을 연장하지 않는 대신 아프간전 지원을 위한 다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병력 파견 계획은 갈수록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일본의 새 정부가 만일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미국 내부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질 것이다. 반대로 하토야마가 자신의 공약을 어기고 미 군함에 대한 연료 공급 협정을 연장한다면 잠재적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긴 했지만 당분간은 연정 파트너가 필요하므로 정책 타협이 불가피하다.

뿌리 깊은 관료주의, 건전한 조언을 해줄 독립적 정치 세력의 부재 역시 하토야마 정부의 대내외 정책 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하토야마가 과연 이 모든 난제를 극복하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대표
정리=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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