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관객 우롱하는 외화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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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사람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때로는 영화소개기사를 읽고 볼 영화를 선택하는가 하면 감독이나 배우의 이름 또는 영화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고르기도 한다.

때로는 영화의 장르를 짐작하게 하는 제목이 선택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제목으로 영화를 골랐다간 낭패를 볼 때가 많다. 수입사 측의 고의 혹은 실수로 영화제목이 영화 내용과 거리가 멀 때가 있기 때문. 개봉을 앞둔 존 카펜터 감독의 '슬레이어' 와 '체이싱 아미' 가 그런 경우다.

'슬레이어' 의 원제는 '뱀파이어' (흡혈귀)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뱀파이어 영화. 그러나 개봉제목이 '슬레이어' (살해자)가 되면서 영화의 성격은 원제보다 훨씬 애매모호해졌다.

수입사측은 "보다 액션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싶었다" 고 말한다. 수입사측의 노력 (?) 덕분에 어쨌든 많은 이들은 이 영화가 어떤 류의 영화인지 모르고 선택할 가능성은 커졌다.

또 최근 개봉됐던 '체이싱 아미' 의 원제는 '체이싱 에이미' .에이미는 여자이름으로 사랑과 섹스에 대한 편견과 갈등을 다룬 이 영화에서 제목은 적잖은 비중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바뀐 제목으로 '군대영화' 라는 '오해' 를 받게된 셈. 수입사측은 '실수' 라고 말하지만 이 경우는 오히려 이 영화를 보면 좋았을 많은 관객들을 잃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커럽터' '엔트랩먼트' '매트릭스' 등 영어를 그대로 쓰는 제목이 많다는 지적이 높은 요즘 제목에 숨은 '함정' 이 여기에 문제를 더 보태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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