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부인 옷로비설]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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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씨의 옷 로비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는 주말임에도 불구, 소속 검사 전원을 투입해 관련자 전원을 소환조사하는 등 초스피드로 수사를 진행했다.

○…28일 延정희씨와 李형자씨의 철야조사 이후 다소 주춤거리던 수사는 29일 밤 한때 잠적했던 라스포사 鄭일순씨 부부와 입원중이던 裵정숙씨가 나오면서 급진전.

검찰은 李씨의 동생 2명, 디자이너 앙드레 김, 나나부티크 사장 沈모씨, 모 백화점 페라가모 점장 崔모씨 등 참고인들을 줄줄이 소환, 사건 전모를 파악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수사 관계자는 延씨와 李씨, 裵씨 등이 "대체로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면서도 "직접 경험한 부분과, 전언이나 정황에 따른 추측 부분이 나눠지고 있다" 고 말해 진전이 있음을 암시.

검찰은 특히 裵씨가 延씨와 李씨를 사이에 두고 양자간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행각을 벌인 것으로 사건 윤곽을 파악하는 분위기가 역력.

○…裵씨의 검찰 이송작전은 치밀한 준비 끝에 번개처럼 이뤄졌다.

29일 오후 10시 서울지검 수사관 2명이 裵씨가 입원 중인 서울종로구재동 한국병원 217호 병실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40여명의 취재진에게 "앰뷸런스를 이용해 裵씨를 서울지검 근처의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기겠다" 며 침대가 이동할 수 있도록 복도 한켠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측은 이어 박종기 (朴宗基) 검사의 지휘아래 사설 경호업체 요원 3명까지 동원해 복도에 일렬로 선 보도진 곁으로 빈 이동침대를 서너차례 옮기며 예행연습을 했다.

裵씨의 가족들은 "몇마디 할 때마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를 상대로 대질신문까지 벌여야 하느냐" 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현직 법무장관 부인인 延씨에 대한 조사는 청사 주변에 진치고 있는 보도진을 피해 서울지검 아닌 서울시내 검찰청사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 수사 관계자는 "서울시내 검찰청사에서 이뤄졌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 고 전한 뒤 "호칭은 '사모님' 등의 존칭이 아니라 '고소인' 이란 표현을 쓰거나 아예 생략했다" 고 부연 설명.

○…김태정 (金泰政) 장관은 주말내내 서초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한 채 칩거. 한 측근은 "金장관은 철야조사를 마치고 녹초가 돼 돌아온 延씨를 보고 무척이나 가슴아파 했다" 고 전언. 金장관 부부는 최순영회장 수사시작 이후 교회를 자택 인근 산정현교회로 옮겨 매주 일요일 예배에 참석했으나 이날은 이마저 불참.

○…延씨 변호인인 김양일 (金洋一) 변호사는 "延씨는 절대 라스포사의 모피 코트를 입고 외출한 적이 없다" 고 주장. 그는 "점포 위치를 아는 裵씨와 함께 라스포사에 가서 延씨가 코트를 입었을 때 곁에 있던 裵씨가 '새벽기도에 갈 때 좋겠다' 고 말했다" 며 "이 때문에 교회에 이 옷을 입고 갔다는 얘기가 나온 모양" 이라고 부연.

김정욱.채병건.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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