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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를 국정 동반자로 인정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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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방자치 14년, 그 평가는 매우 상반되는 것 같다. 그러나 광역단체장을 맡고 있는 당사자로서 이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발전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은 뜻 깊은 일일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지방자치의 본질은 자율과 창의, 책임과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민선자치의 출범에 따른 변화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중앙정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일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그동안 중앙정부는 쉬운 길을 택해 왔다고 생각한다. 국가정책의 결정이나 집행과정에서 지방정부로부터 진솔한 현장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수단으로 하여 지방정부를 단순한 하부기관으로 여기고, 중앙부처 간 유사한 시책을 경쟁적으로 하달함으로써 현장에서는 혼선과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정운영의 새로운 통합적 패러다임을 확립해야 하며, 그것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일방통행적인 소통방식부터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녹색성장 정책과 4대 강 살리기 등 새로운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중앙부처의 장관 이하 간부급의 현장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이 같은 소통방식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 소통방식으로서 국책사업의 현장을 이해하고 집행력을 높여 나가는 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중앙과 지방의 진정한 소통과 통합을 위해서는 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쌍방향식 소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중앙부처를 방문해 정부정책에 대한 현장의 문제점과 여건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충청남도는 지난 9월 과장급 이상 간부 모두가 참석하는 도정발전 워크숍에 청와대 비서관과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해 강의를 듣고 인식을 같이한 바 있다.

앞으로 이를 보다 확대해 청와대 관계비서관, 중앙부처 간부, 시·도 간부가 1박2일 정도의 기간을 정해 국가정책에 대해 분야별로 워크숍을 개최하고 종합토론을 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국가정책의 총론적인 측면에서 간과하기 쉬운 각론적인 사항으로 섬세하면서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이외에도 시·도지사 협의회에 청와대의 수석비서관들이 옵서버로 참석해 정기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지방에서도 무엇을 해달라는 것이 아닌 집행자의 입장으로 현장에서 검증된 정책의 대안을 공유하고 중앙과 소통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통합적 국정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능동적으로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완구 충남도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