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슨트테크놀로지스사 김종훈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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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통신.인터넷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두명의 거물급 인사가 24일 동시에 방한했다. 이들을 만나 21세기 통신혁명과 인터넷산업의 전망을 들어봤다.

"정보통신분야 첨단 벤처기업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것도 드뭅니다. 이 분야에 적극 투자하는 것은 개인.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14살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벤처기업을 세운 후 이를 대기업에 매각해 10억달러 (약 1조2천억원) 를 번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사의 초고속통신장비업체부문 김종훈 (金鍾勳.39) 사장.

4박5일간의 일정으로 24일 밤 한국에 도착한 그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한 방안으로 합병.인수 (M&A)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金사장은 "미국 기업들은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는 한편 경쟁 상대와 사업의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M&A를 적극 활용한다" 고 지적했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주식 시장도 뜬다는 것. 그는 "아직 한국에는 M&A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고 지적하면서 "한국 기업의 문제점은 국제경쟁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한국 방식만 고집한다는 점" 이라고 강조했다.

金사장은 "국가간 경계가 열리고 전세계 표준이 합쳐지는 현 상황에서 한국식만 고집하면서 어떻게 세계 시장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한국의 투자 환경과 관련, 金사장은 "지난해 조흥은행에 투자하려 했지만 한국내 금융관련 규제와 관행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면서 "나도 한국인이지만 정말 한국은 사업하기 쉽지 않은 나라란 생각이 든다" 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金사장은 "당시 경영난에 빠진 조흥은행에 정부와 함께 투자를 하고 이에 따른 위험과 이익과 나누자는 제안을 했는데 정부측이 이를 거부했다" 고 말했다.

그는 80년대에 미 해군에 근무하면서 첨단 전송기술을 개발, 유리시스템즈란 회사를 설립했는데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거액을 받고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에 팔아넘긴 성공한 벤처기업가.

"내 재산이 얼마인지 계산해보지도 않았다" 는 金사장은 한국내 벤처기업 육성에도 열성이어서 지난해 국내 벤처지원을 위해 1백25만달러의 기금을 내기도 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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