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개각] 새 경제팀 맞는 재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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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은 그만두고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달라" "비전을 제시하고 원칙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금리.환율과 노사관계 안정에 주안점을 둬야" …. 24일 새로 짜여진 경제팀에 대해 재계는 '기대반 우려반' 속에서 이렇게 주문한다.

자리는 바뀌어도 '강봉균 (康奉均) - 이헌재 (李憲宰) - 진념 (陳稔) - 전윤철 (田允喆)' 등 현 정부 경제정책의 틀을 잡았던 '초대 진영' 의 면면이 그대로 유지됨에 따라 '정책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 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1년여 동안 '개혁과 구조조정' 의 명분아래 재계를 강하게 밀어붙여온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는 재신임을 바탕으로 더욱 거세게 강요하지 않을까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대기업만 챙기는 경제정책에서 탈피하라" 는 주문도 있고 주한 외국기업인들은 "시장개방과 차별관행 개선노력을 강화해 달라" 고 요구했다. 새 경제팀에 바라는 재계.업계의 목소리를 정리한다.

◇ 일방적 구조조정은 이제 그만 = 전임 경제팀이 '위기탈출' 을 위해 기업관행과 구조를 바꾸는 데 주력한 것은 나름대로 불가피한 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난 한햇동안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은 성과 못지않게 부작용도 있었다" 며 "이젠 정부와 기업이 의견조율을 통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교감형 구조조정 정책' 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특히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은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너무 급히 밀어붙인 탓에 ▶인력 감축 ▶과잉설비 해소 등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전경련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구조조정 결과에 자산재평가분 반영.지주회사 설립 등 여건을 갖춰주는 등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기업의 공감대를 유도하는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鄭文建) 상무도 "대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빨리 마련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기업이 신바람나야 실업문제도 풀린다 = 기업이 돈을 벌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그래야 실업문제가 해결되는 간단한 원리를 정부가 외면한다는 것이 재계의 불만이다.

때문에 인턴사원을 뽑으라는 식으로 억지를 쓰지 말고 기업인들에게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라는 얘기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금같이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결국 신규고용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면서 "부정부패와 기업인의 사기문제는 별도로 처리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 천편일률적인 수출정책 뜯어 고쳐라 = 당면과제인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수출정책도 과거 '보따리 장사' 시절의 지원방침에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재계측 바람이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플랜트 수출 등 갈수록 수출품목이 고도화.첨단화하면서 대규모 금융지원이나 연계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급선회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강만수 (姜萬洙) 부회장도 "수출증대에 애로가 되는 금융시스템의 정비 및 각종 부대비용 절감 노력도 절실하다" 고 강조했다.

◇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해달라 =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비전이 절실하다는 게 기업인들의 바람이다. 특히 과거처럼 모양새에만 신경쓰거나 정부의 일방적인 '뜬구름 잡기식' 비전은 그만두라고 지적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재계가 토론의 장을 갖는 등 쌍방의 충분한 검토.논의를 통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정책의 장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 중소기업에 더 신경 써달라 = 대기업 위주의 기업정책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주장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원호 (李源浩) 부회장은 "대기업 구조조정과 더불어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 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해외시장개척단 파견 활성화 ▶중소기업 전용 컨벤션센터 건립 등을 요구했다.

◇ 금리.환율 안정은 기본 = 재계는 안정적인 환율정책과 저금리 기조의 유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윤호 (李允鎬) LG경제연구원장은 "투자 활성화를 감안한다면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 고 밝혔다. 환율은 수출채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달러당 1천2백원 수준은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시장개방과 차별관행 개선하라 = 주한 외국기업들은 투자 및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했다. 제프리 존스 주한 미상의 (AMCHAM) 회장은 "국내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하며 내.외국기업 차별정책 등이 더욱 개선되는 쪽으로 정책을 이끌어나가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노사문제에 정부가 원칙 지켜라 = 경기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노사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눈치보기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리 =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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