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컸던 해외투자펀드 환율에 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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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올 상반기 큰 인기를 모았던 해외투자펀드들의 수익이 환율 변동에 따라 크게 흔들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원화가치가 달러화나 엔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바람에 많은 해외투자 펀드들이 외국 통화 기준으로는 수익을 냈어도 원화로 다시 바꿔 손에 쥐는 수익은 줄어들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투자펀드 투자자들은 수익률 못지 않게 향후 환율 변화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 이후 원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3.1%, 엔화 대비 6%, 유로화 대비 4.7% 상승했다. 원화가치가 오를 때 외화 자산에 투자하면 그 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 환율 변동이 수익 갈랐다=주식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 변화폭이 작은 채권형 펀드는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채권형 해외투자펀드 55개 중 원화 기준으로 올 들어 수익을 올린 곳은 네 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손실을 봤다. 미국 달러화나 엔화 등을 기준으로 하면 53개 펀드가 수익을 냈지만, 원화의 상대적 강세 때문에 원화로 계산한 펀드의 평가가치는 줄어든 것이다.

환율 변동으로 모두 손해만 본 건 아니다. 올 들어 강세(원화 대비 0.2%)를 보인 영국 파운드화로 투자한 펀드들은 오히려 원화 환전 후 수익률이 더 높아졌다. 주식편입 비중이 적은 혼합형 펀드들도 올 들어 환율변동의 영향을 적지않게 받았다.

수익률이 높았던 주식형 해외투자펀드 중에서도 원화로 계산할 경우 달러화나 엔화를 기준했을 때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 환차손 고려해 투자해야= 환차손 위험은 해외투자펀드 투자의 복병이다. 환차손을 피하려면 선물환 계약을 추가로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선물환 계약을 하면 환율변동으로 생길 수 있는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대신 환차익을 누릴 수 없게 된다.

한가지 펀드만을 고집하지 않는 지혜도 필요하다.

씨티은행 마케팅 최성국 지배인은 "원화.달러화.엔화 등 다양한 통화를 사용하는 펀드들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환차손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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