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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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시민단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17일 “국가가 주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선례가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으로부터 명예훼손을 이유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희망제작소에서 기자회견을 연 박 변호사는 “국정원장 개인이 아니라 국가를 내세워 소송을 제기한 데 분노한다”며 “국정원 사찰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고 이런 국정원의 행태야말로 한국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 사찰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국가 안전보장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시민의 일상적 활동을 뒷조사하는 것은 국정원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행정안전부가 희망제작소와 3년 동안 지역홍보센터를 만들기로 계약했다가 1년 만에 일방적으로 해약을 통보했고, 하나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을 출연받아 소기업 지원사업을 하려 했지만 국정원 개입으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박 변호사는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은 기업 임원들을 조사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통에 많은 단체가 힘겨운 상태”라며 “이는 명백한 민간 사찰이자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정원은 지난 14일 “박 변호사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국정원과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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