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돌파’의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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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예선 결승> ○·이원영(아마) ●·한웅규 초단

제5보(49~59)=49의 붙임에 50은 정확한 방향. 유식하게 둔다고 ‘참고도 1’ 백1 쪽으로 젖히면 흑6까지 오히려 백이 잡힌다. 잘 나가던 바둑이 순식간에 종말을 맞게 된다. 좌측 백이 강해져 55로 보강하자 이원영은 56으로 날아온다. 보기엔 엉성하지만 노림을 품은 수. 백A로 나가면 당장 수가 난다. 57이 실리로도 큰 자리여서 한웅규는 묵묵히 지켜 둔다. 한웅규는 굳게 믿고 있다. 백이 손바람을 내고는 있지만 흑의 차분한 실리작전이 결국은 효험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58은 56과의 화려한 콤비네이션인데 사실은 이때가 중대한 고비였다. 한웅규는 59로 막아 대마를 안정시켰는데 이 수는 흐름을 잘못 읽은 ‘과도한 인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지금 국면은 백B의 침공이 흑엔 가장 두려운 현안이다. 이 수를 당하면 흑▲ 한 점은 필시 숨을 거두게 된다. 따라서 흑은 59가 아니라 ‘참고도 2’ 흑1로 나가 백의 엷음을 찌르며 혼전을 모색해야 했다. 백2엔 흑3. 백4의 차단엔 흑5~13. 이것으로 백은 포위망을 돌파했다(C에 이으면 D의 돌파). 백에 여유를 주지 않는 것, 그것이 ‘돌파’의 중요한 목적이다. 흐름을 급하게 가져가 본보 흑B의 침공을 어렵게 만드는 게 포인트였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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