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한결같은 모습이 날 지켜준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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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우리 처음 만난 날. 2005년 9월 24일. 날씨가 참 좋았던 날이었던 것 같아.

온라인 게임상에서 오빠를 만나 계속 연락 하고 지낸 지 몇 개월 만에 오빠가 나한테 만나자고 말을 했었어. 그때 그 설렘이란.

아직도 그때 생각 하면 가슴이 뛰는 거 있지~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 수 있을까 몇 번이고 거울을 보고. 버스를 타고 서울 영등포역까지 가면서 수만 가지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

어떤 사람일까? 분명 게임에서처럼 좋은 사람이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했어. 서로 얼굴을 모르던 우리는 두리번거리면서 첫 대면을 했고 그 어색함이란. 그래도 오빤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줬어.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무진장 노력도 많이 해주고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해줬어. 그렇게 어색함이 없어지면서 오빠랑 나 인연이 되어 장거리 연애를 시작 하면서도 단 한 번도 힘이 들었던 적이 없었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나 오빠 만나러 가는 길이 즐거웠어. 늘 주말이 기다려졌고 그런데 이상하게 오빠만 만나면 갖은 투정을 부리고 했었지.

그래도 4년 동안 변함 없이 오빤 내 변덕과 투정을 받아 줬었어. 연애가 길어 질수록 사람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변할 수 있는 거였는데 오빤 항상 한결 같았어. 오빠와 함께한 4년 동안 정말 힘들었던 기억도 있었지만 그 한결 같은 모습이 항상 나를 지탱 해줬어.

아직 철이 없고 투정도 심한 나를 언제나 큰 나무처럼 그늘이 되어 주고 내 버팀목이 되어 주고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게 해준 오빠한테 너무 고마워.

우리 결혼 준비 하면서 좀 다투기도 했지만 앞으로 우리 결혼 생활의 밑거름 삼아 작은 나무부터 시작해서 멋진 열매 맺어 보자.

살면서 오빠에게 힘든 일이 온다 해도 난 언제나 오빠 옆에 있으면서 지금까지 오빠가 날 위해 줬던 사랑·믿음·배려를 잊지 않고 메마른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 줄게. 나 믿어 줄 수 있지?

우리 둘 꿈이 있잖아. 나중에 좋은 곳에 전원주택 지어서 텃밭도 가꾸고 강아지도 기르면서 예쁜 우리 자식들과 함께 오순도순 사는 꿈. 항상 그 꿈 잊지 말고 기억하면서 행복 하게 살아 가자. 우리 멋진 미래를 위해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신부 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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