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금리동향에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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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聯準)가 오랫동안의 저금리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 통화긴축쪽으로 정책기조를 움직임으로써 국내경제에도 중요한 고비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의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이라는 양축의 목표추구에 큰 외생 (外生) 변수의 변환신호가 온 만큼 우리로선 보다 면밀한 주시와 대응자세가 요구된다.

사실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이미 4월의 소비자물가가 0.7% 올랐을 때부터 예상돼왔다.

9년 호황을 달려온 미국 경제에 제동을 걸 요소들이 턱에 찼다는 판단으로 그러잖아도 요즈음에는 현재의 과열경기를 방치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는 비판까지 적지 않았다.

이번 미 연준 (聯準) 의 결정은 아직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에는 미국 증시의 조정취약성으로 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금리는 현 수준에서 유지하되 통화긴축으로 정책기조의 변화에 대한 사전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선택이다.

말하자면 세계경제의 쇼크 비켜가기로 갑작스런 금리인상 조치가 초래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등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잖아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도 올해 상반기 미 경제 전망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과열지속 또는 성장이 정지할 것인지 확신을 갖기 힘들며 현재의 성장과 저인플레의 조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고 지적,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세계 경제는 연초 이후에도 러시아.브라질 등의 경제위기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느냐는 점이 주목되는 불안한 상황을 내내 보여왔다.

미 연준의 결정은 이런 의미에서 보면 현 단계로선 세계 경제가 원하는 최선의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과열경제의 조기조정으로 미국 경제가 급격한 주가하락이나 경기후퇴를 막고 서서히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세계 경제를 위해서도 다행이다.

미국내에서는 이미 금리인상이 시기문제라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이번 연준 조치도 금리인상의 사전통보 성격이 강해 미국.일본 등 주요국 주가와 통화에 벌써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우리 경제에도 주름을 주어 당장 국제수지 악화.외국인투자 이탈 등 부정적 요인의 등장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은 외환시장에 미칠 여파로 미 장기금리의 상승세에 따라 미.일간의 금리격차 확대에 따른 엔화약세 현상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엔화의 추가하락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회복에 문제를 불러오고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을 크게 함은 물론이다.

증시 또한 국내금리의 인상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된 게 사실이다.

반면에 미국의 통화긴축으로의 전환은 과열기미에 제동을 걸어 우리 경제의 안정화 기반을 다져갈 기회를 주는 면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정부와 기업들이 미 금리인상 움직임을 주시하며 급격한 자본유출시의 대비계획 등 기초여건부터 차분히 재점검해 세계 경제의 불안에 대비해나가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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