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산 전부 이 도시 버스기사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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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 디에프의 버스 기사들이 뜻 밖의 선물을 받았다. 지난해 숨진 한 할머니가 자신의 유산을 평소 자기를 편안하게 태워준 모든 버스 기사에게 나눠주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6일 지난해 3월 86세를 일기로 숨진 쟈닌 브로망이 자신의 유산 28만 유로(약 5억원)를 이처럼 쓰도록 유언장에 남겼다고 보도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브로망 할머니로 부터 유산 처리를 위임받은 공증인이 유산을 받게 될 사람을 확정하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브로망의 유언대로 유산을 나눠주기 위해 도시 전체 운전사들과 유언장에 기록된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충실히 조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최종 확정된 사람은 200명. 이들이 받는 금액은 약간의 개인차가 있지만 평균 1500유로(약 267만원)정도로 최종 결정났다. '상속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 중에는 이 도시 버스회사 스트라디의 운전기사들 외에 할머니가 살아 있을 때 돌봐준 간호사들과 관공서 직원 등도 포함됐다.

할머니의 공증인 메베퀴는 "브로망 할머니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고, 따라서 재산을 물려줄 자녀도 없다"며 "사회단체에 기부할까도 생각했지만 살아있는 동안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유산을 나눠주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브로망 할머니가 디에프의 스트라디 버스 회사 소속 모든 기사들에게 유산을 나눠주기로 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브로망 할머니는 유언장에서 "시력이 좋지 않아 거의 앞을 볼 수 없는 나를 이 회사 버스기사들이 특별히 많이 도와준 것을 잊지 못한다"며 "그들은 1992년부터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차를 바로 내 앞에 세워 내가 편하게 탈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었다"고 말했다. 브로망 할머니는 "(돈과 함께)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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