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두달새 50% 급등…세계경제 '기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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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제 유가가 연일 치솟으며 회복세에 들어선 세계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97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1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경제 위기국의 숨통을 틔워줬던 유가는 지난 3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 최근 배럴당 18달러선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아시아 지역의 경제회복 속도는 미국의 금리 동향과 함께 유가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금리정책의 기준이 되는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 (4월) 이 9년만에 최고치인 0.7%를 기록한 것도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15%나 오른 게 최대 원인이란 분석이다.

◇ 수급 동향 = 지난주초 오름세가 주춤했던 유가는 주말로 가면서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다.

뉴욕 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 중질유 (WTI) 6월 인도분은 지난 14일 18.03달러를 기록, 18달러대를 회복했다.

현재 시세는 감산 합의 전인 3월초에 비해 무려 50% 이상 급등한 상태다.

특히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예상보다 잘 지켜지고 있어 앞으로 상당기간 유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압박에 시달렸던 산유국들은 감산 이행을 지속하기 위한 결속을 다지고 있는 분위기다.

세계은행은 감산 합의를 70%만 이행해도 올해 석유 수요가 공급을 하루 60만배럴 초과, 평균 유가가 지금보다 2달러 이상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유가 상승의 영향 = 최근 석유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1~2달러의 가격차를 보여 온 중동산 두바이유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0.5달러 이하로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국가들이 감산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동산 석유를 주로 수입하는 아시아 지역이 유가 상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하반기 들어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여름철 비수기보다 하루 1백60만배럴 정도 늘어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두바이유의 최대 수입국인 인도가 연말께 대규모 정유 공장을 가동함에 따라 원유 수요가 증가될 전망이어서 아시아 각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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