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풍악호'사태 재발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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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그룹의 세번째 금강산관광선 풍악호가 북한 당국의 입항허가 지연으로 회항 (回航) , 추후 입항허가 등 곡절을 거듭하면서 13시간이나 바다를 떠도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는 우선 이같은 차질을 빚어낸 현실이 유감스럽고 향후 남북협력사업 전반에 우려를 증폭시켰다는 데서 적절한 대책이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사태에 대해 현재로선 북측의 아세아.태평양평화위가 현대측과 취항을 합의해놓고 장전항 실무자에게 이를 미리 통보치 않아 생긴 내부의 업무차질이라는 설명이나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금강산관광 및 개발은 전례가 없던 획기적 남북협력사업으로 계속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난 반년간 사업시행을 지켜보면 문제가 적지 않았고 이번 사태 같은 것이 일어날만한 허점도 있었다.

우선 현대측은 관광객의 편익을 최우선해야 하는데도 이 점을 소홀히 해왔다.

금강산관광은 여행에 차질을 빚을 경우 보상을 요구하거나 향후 재발방지대책 등이 전혀 마련돼 있지 못하다.

여기에는 정부측 잘못도 있다.

출항전에 마무리하겠다던 관광세칙.공동해난구조 등은 지난해 11월 첫 취항 이후 반년이 되도록 흐지부지돼 왔다.

특히 통일부는 이번에 현대측으로부터 입항이 거부될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현대가 알아서 판단하라" 며 감독책임은 뒤로 한 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측의 잦은 제동도 협력사업의 당사자로서 결코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북한측은 이번 입항지연을 업무차질이라 설명하고 있으나 이미 남북간에 관광선이 1백회 오간 상황에 업무차질이란 궁색하기만 하다.

북한측은 지난 1월말에도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 공보수석 일행을 태운 금강호의 장전항 입항을 관광비용 송금지연을 이유로 거부해 승객과 승무원 1천여명이 공해상에 장시간 머무른 일이 있다.

특히 현대와 북측은 금강산관광사업을 6개월간 시범기간으로 정해 운영해본 다음 금강산개발 독점권부여 등을 확정짓기로 했는데 공교롭게도 오늘은 이 시범기간이 종료되는 날이다.

금강산개발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막대한 인적.물적 교류가 이뤄지는 남북경협사업이다.

한 기업의 이해만이 아닌 국민적 관심이 결부돼 있다.

원만한 수행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분명히 선을 그을 것은 긋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 당국은 관광객의 신변보호나 해난사고에 대한 대책 등 당국자간의 협약에 더 이상 늑장부려서는 안된다.

동시에 기업 차원에서도 사업은 어디까지나 사업으로서 이해를 명백히 해야 한다.

금강산관광의 거품을 제거하는 게 북한의 '남측길들이기' 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른 경협의 토대를 구축하는 첩경임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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