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파업 왜 유보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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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지하철 노조가 14일 재파업을 전격 유보한 것은 '노조 지키기' 와 '조합원의 처벌 최소화' 를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미 4.19파업으로 91명의 간부와 노조원이 직권면직과 파면을 당해 조직역량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공사가 "노조의 재파업시 추가로 수백명을 해고하겠다" 고 계속해서 엄포를 놓은 데다 노조원의 53%가 "징계받는 것이 두렵다" (인권운동사랑방 설문조사) 고 말할 정도로 위축된 분위기도 지도부를 압박했다.

표현은 '유보' 지만 재파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만간 노사는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재개할 전망이다.

지난 13일의 철야 마라톤 협상은 비록 결렬됐으나 노사간의 절충할 여지는 남아 있다.

기본급의 2백50%를 기존 단체협약에 따라 체력단련비로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공사는 막판에 "기본급 대비 1백25%를 '체력단련비 명목으로' 지급할 용의가 있다" 고 물러서 명분싸움은 실마리가 잡혔다.

문제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액수는 양보하라" 는 공사의 요구에 노조가 어떻게 화답하느냐에 달려있다.

파업가담 노조원 처리문제는 "처벌 최소화" (노조) 와 "정상 참작 가능" (공사) 이라는 총론에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직권면직자와 파면.해직자 구제노력 등 각론으로 가면 이견을 못좁힌 상태. 민사책임문제는 공사가 "68명의 노조지도부를 상대로한 소송은 유보할수 있다" 고 밝혀 협상의 여지를 넓혀놓은 상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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