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은 옛말…대기업 中企 '1:1 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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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휴대용 신용카드조회기기 '에어체크' 를 개발한 벤처기업 이프컴은 올초 예상치 않은 행운을 안았다. 이제 막 양산 단계인데, 판매를 대행키로 한 L사가 계약액의 20%에 해당하는 수십억원을 미리 준 것.

계약도 주문자생산방식 (OEM) 이 아니라 자사 브랜드를 그대로 붙이는데다, 1천대 납품 때마다 대금을 중간결제받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게임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KRG소프트는 올초 동종 업계론 처음으로 동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해외시장 개척의 엄두도 내지 못하던 차에 동유럽 판로가 강한 ㈜대우를 만나 게임 소프트웨어 '드로이얀' 3천5백카피를 폴란드에 수출한 것.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에 대등한 관계의 전략적 제휴가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중소기업이 일방적인 하청.납품 업체였으나 이제는 자금력.판매망을 가진 대기업이 아이디어.기술을 갖춘 중소.벤처업체의 제품 개발 단계부터 깊숙이 개입, 상품화를 앞당기고 신속히 국내외 시장개척에 나서는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최길수 벤처창업팀장은 "좋은 사업아이템을 갖춘 중소기업은 대기업들이 일부러 찾아와 모시기 경쟁이 한창이다" 고 전했다.

◇ 달라지는 역할 분담 = '개발 = 중소.벤처기업, 생산.판매 = 대기업' 식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김서림 방지 효과 신물질을 개발한 벤트리가 한 예. 이 벤처기업은 방지제 코팅 필름 생산을 SKC.새한 등 2개 대기업에서 하고 있다.

◇ 활기 띄는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수출 = 최근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면서 중소제품 수출을 대행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선두 주자는 SKC.트릭시스템의 '쥬라기원시전' 20만카피를 최근 5개월간 미국.영국.스페인에 수출한데 이어 드래곤플라이의 '카르마' 를 일본.미국.유럽시장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말 리얼리티위버사가 개발한 게임소프트웨어 '짱구' 및 문서작성기 '어린이 훈민정음' 등을 대만에 수출했고 ㈜대우.삼성물산 등도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에 소프트웨어 수출 전담조직도 느는 추세다.

이민호.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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