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HENS 2004] 대타들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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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타로 출전해 금메달까지.

▶ 대타로 출전해 펜싱 금메달을 딴 마리엘 자그니스(左)와 유도 동메달리스트 우르스카 졸니르.

아테네 올림픽에서 '확실한 금메달'이라던 선수들이 노메달에 그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출전자격이 없었지만 행운의 대타로 출전해 메달을 따낸 선수도 있다.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마리엘 자그니스(19.미국)와 유도 여자 63㎏급 동메달리스트 우르스카 졸니르(23.슬로베니아)가 주인공이다.

자그니스는 18일(한국시간) 열린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전 세계챔피언 탄쉐(중국)를 15-9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올림픽 펜싱 종목 출전자는 지난 6월까지의 세계랭킹에 따라 결정됐다. 당시 11위였던 자그니스는 이날 동메달을 딴 에밀리(1위)와 사다(10위) 제이콥슨 자매에게 밀려 출전자격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가 이 종목에 배정된 지역할당 본선티켓 1장을 포기, 남은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았던 자그니스가 출전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리고 예상을 깨고 미국 올림픽 출전 108년 만에 펜싱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는 이변을 일으켰다. 자그니스는 "여기에 온 것만도 좋은데 금메달까지 따내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적은 없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졸니르 역시 올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그쳐 5위까지 주어지는 아테네행 티켓을 놓쳤다. 그러나 우루과이의 알바르도 파사예로가 출전을 포기, 대회 직전 와일드카드로 아테네에 입성하는 행운을 잡았다.

18일 1회전 상대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2위인 강호 드리울리스 곤살레스(쿠바). 졸니르의 행운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졸니르는 예상을 깨고 곤살레스에게 우세승을 거뒀고, 기세가 오른 졸니르는 2회전에서 우승후보인 2001 세계선수권 챔피언 겔라 반데카데예(벨기에)마저 다리들어메치기 한판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준결승 상대는 지금까지 여섯차례 맞붙어 4승2패를 기록했던 클라우디아 헤일(오스트리아). 이제는 결승 진출까지 기대했으나 오히려 헤일에게는 한판패, 결승 진출은 좌절됐다.

하지만 졸니르는 패자 결승에서 캐나다 선수를 한판으로 눕히고 동메달을 건졌다.

아테네=특별취재팀

***아테네 올림픽 특별취재팀
◆스포츠부=허진석 차장, 성백유.정영재.김종문 기자
◆사진부=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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