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볼썽사나운 檢·警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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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에 절대불가란 강경 대응으로 맞선 검찰과 경찰의 다툼이 청와대의 논의중단 지시로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두 기관간의 감정대립으로까지 치닫던 불길이 잡힌 것은 우선 다행이지만 이같은 미봉책은 사태해결과는 거리가 아주 멀기 때문에 불씨는 계속 남아 있는 셈이다.

수사권 독립은 수십년 묵은 경찰의 가장 큰 숙원이다. 정권교체 등 무슨 계기가 있을 때마다 반복돼 온 요구였다.

이번에도 새 정권이 들어선 후 조금씩 조짐을 보이다가 대선공약의 하나인 자치경찰제 도입이 거론되자 경찰이 이를 기회로 다시 수사권 독립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또한번 검.경은 맞붙게 됐고 이번에도 예외없이 서로 상대방을 헐뜯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전례없이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심초사하는 시점에 한 정부안에 있는 국가공권력의 상징기관끼리 서로 권력을 많이 갖겠다고 싸운다는 것이 과연 있을 법한 일인가.

국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이해관계밖에 모르는 우리 공직자들의 공복 (公僕) 의식을 보는 것 같아 꼴불견이었다.

이제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는 경찰.검찰 모두 접근방법이나 자세를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반복돼 온 두더지잡기 게임 같은 방법으로는 국가적 혼란과 불안감만 조성하고 기관간 감정의 골만 더욱 깊게 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찰이 독립적인 수사권을 원한다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 경찰의 자질 향상이다. 지금처럼 경찰관 사회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면 수사권 독립은 실현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부단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내부적으로 수준향상과 실력을 쌓는 것이 지름길이다.

국민의 신뢰와 인정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불시에 정치력을 이용해 뜻을 이루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검찰의 경찰을 보는 시각도 문제다. 업무상 상명하복 (上命下服) 관계는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검찰 전반에 형성돼 있는 경찰 하대 (下待) 풍토는 고쳐져야 한다.

또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이 나올 때마다 무조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잘못이다. 검찰이 경찰의 상급기관이라면 수사권 독립 주장이 왜 나오는지, 타당성이 있는지 검찰 간부들은 경찰 간부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어른스러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수사권의 소재는 국민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므로 검찰.경찰이 권력확충 수단으로 서로 수사권을 갖겠다고 나서는 것은 난센스다.

아울러 지금은 검찰.경찰 모두 국민들로부터 개혁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다는 점을 무엇보다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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