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들 국내시장 기지개 켜자 속속 직판체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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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4월부터 수입사인 TT코리아를 통해 직접 한국에서의 판매를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국내 딜러를 통했는데 아예 직접 팔겠다고 나선 것.

최근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도요타는 오는 7월부터는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만든 제품을 바로 한국으로 들여올 예정으로 알려졌다.

TT코리아 관계자는 "당분간은 국내 중형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 한국 중형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으로 안다" 고 말했다.

외국 업체들이 한국에서 직판 (直販)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가라앉았던 경기가 조금씩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미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위탁판매를 청산하고 아예 직접 유통망을 구축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국내 업체들은 기존 판매망과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등 수성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직판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자동차. 그동안 국내 업체와 제휴, 위탁판매를 해왔던 외산차 업체들은 하나 둘씩 직판체제로 돌아서고 있다.

오는 7월 수입제한이 풀리는 일본차 업계의 움직임이 특히 활발하다. 세계 4대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도요타를 비롯해 혼다.미쓰비시.마쓰다 등은 직접 판매에 나서기 위해 대규모 서비스망과 유통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요타가 TT코리아를 통해 직접 파는 체제를 구축했는가 하면 다른 곳들도 대형 애프터서비스 (AS) 공장을 마련했거나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스웨덴의 사브자동차는 지난해 10월 한국내 독점 수입.판매를 맡아왔던 신한자동차를 인수, '사브 오토모빌 코리아' 란 현지법인을 설립해 직판체제에 들어갔다.

사브의 라이오 포넌 아태 지사장은 "한국이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판단해 직판을 결정했다" 고 말했다. 볼보 역시 독자적인 판매체제를 구축했으며 영국의 재규어를 비롯, BMW 등도 사실상 직판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일본 전자회사 도시바도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가전제품용 비메모리 반도체 등을 직접 한국시장에 공급키로 했고, 소니는 국내 대리점 모집에 나섰는가 하면 히타치.파나소닉도 국내 판매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전지.면도용품 메이커인 질레트도 지난해말 한국 업체가 대행하던 위탁판매체제를 직판으로 전환했고, P&G 역시 비슷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구 질레트코리아 상무는 "비용절감 효과도 있지만 그동안 대행 판매체제로는 어려웠던 프로모션.가격 정책.신제품 출시 등을 직접 관장함으로써 시간 관리 및 마케팅 관리 효율이 훨씬 나아졌다" 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외국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가 하면 AS망을 확충하는 등 시장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수호.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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