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수출 기상도] 전자빼고 전업종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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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왜 이러나' .수출전선에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 1분기 (1~3월) 실적을 점검해 보니 환율의 빠른 하락과 수출여건 악화로 당초 예상을 훨씬 못미치는 업종이 여럿 나왔다.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다간 그나마 줄여잡은 수출목표 1천3백40억달러 달성이 난망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같이 우울한 전망은 한국무역협회가 타이어.전자부품.자동차 등 14개 업종 2백80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1분기 실적과 앞으로의 전망을 집중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전체 대상 가운데 당초 예상보다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나타난 곳이 '예상보다 나을 것' 이란 업종을 훨씬 웃돈 것. 특히 수출이 5~12% 늘 것으로 예상됐던 섬유제품.타이어.유류제품.석유화학 등 7개 업종은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다.

그나마 전자부품과 산업용 전자의 호조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 갈수록 태산 = 농수산물.타이어.섬유직물.섬유제품.철강.유류제품.석유화학제품은 당초 예상보다 수출 형편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유류제품과 석유화학은 당초 올 수출이 지난해보다 5~6%대 늘 것으로 전망됐으나 1분기의 경우 되레 각각 24.7%, 11.8%가 줄어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가장 의외의 업종은 유류제품. 당초 6.1% 증가가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수증가로 수출물량이 줄고 있어 지난해 수준을 겨우 맞추기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은 수출단가가 1분기에만도 11.8%나 떨어지는 등 여건이 어려워져 지난해 수준에도 못미칠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역시 상황이 어렵다.

원래도 전년대비 2.2%의 감소가 예상됐으나 1분기 실적을 보니 무려 10배가 넘는 - 23.1%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장 의외의 분야는 당초 지난해보다 10.2% 늘어난 17억달러의 수출이 예상됐던 타이어. 한국타이어의 미국 포드 납품 등 호조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산의 저가공세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이 물량증가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데다 신흥시장에 대한 실적이 부진해 1분기 실적은 되레 1.3%나 준데다 향후 전망도 어둡게 변했다.

무협 관계자는 "섬유직물도 주력인 아시아의 경기침체와 중국의 수입규제 강화, 수출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1분기 ( - 13.8%)에 이어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고, 농수산물은 미국.유럽연합 (EU) 의 수입규제에다 중국산의 세계시장 공세로 그나마 줄여잡은 30억달러 달성도 어려운 상황" 이라고 지적했다.

◇ 호조 보이는 곳도 있다 = 그나마 전자부품과 산업용 전자제품은 1분기 중 20%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전자부품의 경우 당초 예상은 4.9% 늘어난 2백52억달러. 산업용 전자도 4.3% 증가한 93억달러로 전망했으나 현재 상황을 보면 초과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협회측은 보고 있다.

이같은 호조는 저가 PC가 6개월만에 미국내 점유율 4위로 급부상하는데다 일본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컴퓨터.휴대폰.네트워크 기기의 수출이 늘고 있는데 힘입은 것. 반도체.액정모니터 등의 수요증가와 이에 따른 가격상승도 톡톡히 한몫 하고 있다.

◇ 현상유지 업종 = 생활용품.가전.일반기계.자동차.선박 등은 당초 전망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 생활용품의 경우 악기.운동구류는 당초 예상보다 어렵지만 신변.휴대용품의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는 당초 예상대로 소폭 감소 ( - 4.9%)에 그칠 전망이다.

1분기에 2.3%의 수출증가세를 보인 일반기계가 2분기부터 동남아국가연합 (아세안) 국가들의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EU의 경기호조에 힘입어 올해 예상한 55억달러 (4.2%증가) 수출은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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