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영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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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현관에서 부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배웅을 받고 있다. [안성식 기자]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는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 “법률 위반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부인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이 과거 MBC 사원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주민등록을 허위로 옮긴 것을 사과한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 도중 이 아파트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또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위장전입 집중 포화=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민 후보자가 대구고법 판사이던 1990년 10월 서울 도곡동 사원아파트에서 근무지인 대구로 주소지를 변경했다가 두 달 만에 다시 서울로 주민등록을 옮긴 경위를 따졌다.

전 의원은 “국민주택 규모의 사원아파트는 원래 전입 후 6개월간 전매가 제한됐지만 다른 시로 이사를 가면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실제로 민 후보자는 주소지가 대구로 잠깐 변경된 사이 도곡동 사원아파트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은 “투기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여러 차례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 후보자는 “실제로 대구에 내려가 가족들과 살려고 했는데 법원 행정처로 발령 나 다시 서울로 오게 됐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은 민 후보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대구 근무를 이유로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은 점을 지적했다. 성 의원은 “지금 잣대로 20년 전 일을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법관인 후보자로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이승련 대법원 인사총괄심의관은 “(대법원도) 민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알고 있었으나 소명을 듣고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해 대법관으로 제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장전입만으로 민 후보자가 낙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청문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위장전입 정도”라며 “본인이 시인하고 있는 데다 20년 전 일이어서 이것 하나만 갖고 부적격 의견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위장전입을 하고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다수의 전례가 있다는 점도 야당으로선 부담이다.

국회는 15일 민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보고서를 채택한 뒤 16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시도할 계획이다.

◆“대법관 국회 선출 안 돼”=국회(헌법연구자문위)의 개헌보고서에 대법관 전원을 국회에서 선출토록 한 부분에 대해 민 후보자는 “정쟁에 휘말릴 수 있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정치화 논란에 대해 민 후보자는 “법관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반영해 재판할 경우 공정성이 흔들리기 때문에 특정 이념에 치우쳐 재판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 법관들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부인이 정치인이어서 정치적 중립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어떤 부탁에도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기자에게 “물의를 빚어 국민께 죄송하고 남편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백일현·최선욱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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