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노림수 vs 노림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예선 결승] ○·이원영(아마) ●·한웅규 초단

제2보(14~24)=프로들은 아마추어와의 대결을 꺼린다. ‘자격증’을 중시하는 일본 제도의 영향 탓에 ‘신분’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면 크게 부끄럽다고 느낀다. 조훈현 9단조차 “아마추어하고는 대국하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젊은 기사들은 조금 다르다. 실력 대결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대세며 져도 부끄러울 게 없다고 생각한다. 김승재 3단은 신인대회 우승 직후의 인터뷰에서 “연구생 중에는 나와 비슷한 실력자가 많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아마기사들은 아직까지 뭔가 보여준 게 없다. 이원영은 과연 어떨까.

14로 하나 선제하고 16부터 중앙을 향해 줄달음친다. 17에 18, 19에 20까지 어느 수 하나 빼놓을 수 없어(손 빼는 즉시 머리를 얻어맞아 대세를 잃게 된다) 계속 뛰어 나간다. 21로 하나 들여다보면서 갑자기 변화가 일어났다. 들여다볼 때 잇지 않는 바보는 없다지만 이원영은 22로 비틀었고 이를 본 한웅규 초단은 23으로 즉각 응징에 나섰다. A의 양 협공은 매우 아픈 곳. 그래서 ‘참고도’ 백1로 받으면 흑2, 4로 끊어 버린다. 흑▲는 축머리를 노리는 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원영의 24가 이 장면에서 등장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