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선 넘보는 증시…나는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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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주식 때문에 일손이 안 잡힌다는 사람들이 많다. 주가가 올라도 잠을 설치고, 두 달만에 두 배 장사를 하고도 억울한 것이 요즘 주식시장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모 증권사 주식을 1만5천원에 샀다가 3만원이 넘길래 신나서 팔았는데 지금은 5만원을 육박하니 배가 아프다는 얘기다. 도대체 이런 시기에 개인투자자들이 가져야할 자세는 어떤 것일까.

◇ 투자기간의 중요성 = 장기투자자에겐 종목선택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비싸게 산들 투자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른바 '묻지마' 매수도 지나고 보면 잘한 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증권사 주식을 지금이라도 4만9천원에 사서 1년뒤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면 수익률이 50%에 이른다.

문제는 10만원까지 갈 것인가다. 이 때 필요한 것이 회사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단기투자자라면 종목선택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잘못 골랐다 싶으면 던져 버리면 그만이므로 언제 사서 언제 파는가, 즉 타이밍이 결정적이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시시각각 움직이는 주가를 지켜보다가 순간적인 매매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종합지수 800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처분을 미뤘다가 오늘 20포인트 빠지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28일만 하더라도 800을 몇번이나 넘나들다 결국 790에서 마감했다. 여기서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무릎을 탁 치는 절묘한 매도시점도 사전에 귀신처럼 알아낼 재간이 없다.

현실적으로 최고가격에 팔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란 얘기다. 오를 때 사기 어렵다가도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팔기 어려운 것이 주식이다.

◇ 손실관리가 우선 = 따라서 나름대로 일관성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단기매매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어떤 경우에라도 추상적인 느낌이나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온갖 정보, 온갖 분석기법, 수십조원 자금으로 무장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 (외국인 포함) 과 승부를 겨루기로 작정한 직접투자자 (자기가 투자결정을 내리는 사람) 들은 체계적인 접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매일 고민해도 혼란은 혼란대로 남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식을 살 때는 왜 사는지 분명히 기억했다가 이 이유가 사라지면 '앞뒤 가릴 것 없이' 던져야 한다. 머뭇거리다 본의 아니게 장기투자를 하게 되고 결국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종목은 얼마든지 있음을 기억하자. 질질 끌려가 더 큰 손실을 보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목표가격을 미리 정해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가가 예상한 방향과 거꾸로 갈 경우, 5% 또는 10% 손실폭을 감수하고 팔아치울 수도 있다. 팔고 나서 주가가 되올라 후회할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더 큰 손실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지금처럼 급등이 이어질 경우 1백포인트 또는 그 이상의 조정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여러 번의 작은 손실들을 한 번의 큰 이익으로 만회하는 것이 프로의 솜씨다.

◇ 유망종목 = 미국의 주식시장은 70년대초 "멋쟁이 50종목" 열병을 앓은 적이 있다. 60년대 소위 '재료주' 거품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기관투자가들은 70년대 들면서 우량주로 눈을 돌렸다.

IBM.코닥.맥도널드.디즈니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주식들을 사는데 누가 시비를 걸리 만무했다. 이들 50여개 종목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72년 주가수익비율 (PER) 은 80~90이 예사였다.

거품논쟁으로 뜨거운 지금 미국의 PER 평균이 20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당시 열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하튼 5년후 이 광기가 사라졌을 때 이들 대부분은 주가가 반토막난 상태였다.

지금 우리 주식시장의 기관장세가 어느 정도 강도로 얼마나 지속될지 어림잡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 투자의 기본자세 = 투기는 어떤 경우에라도 피해야 한다. 여기서 투기는 내용을 모르는 투자를 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모험하는 행위를 말한다.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주식을 사면 투기행위다.

1억원을 투자해 이익을 보기는 커녕 3천만원을 날렸을 때 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이 역시 투기다. 투기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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