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관련 국내외 서적 잇단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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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가 (地價 : 땅값 중시) 사회' 는 한국을 벼랑으로 내몰았지만 미래 '지가 (知價 : 지식 중시) 사회' 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래선지 최근 '지식' 이라는 수식어를 단 단행본이 쏟아지고 있다.

어쩌면 이는 8년째 장기호황 국면에 있는 미국경제의 '엔진' 이 바로 지식산업적 기반을 원천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선은 IT (정보기술) 의 발전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를 논하고 있는 제프 패포우즈 (미국 로터스 디벨로프먼트 사장) 의 '지식관리론' (문봉진.서창교 옮김, 정보M&B.9천5백원) 이 관심작. 저자는 인터넷과 웹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비트산업이 개인.기업은 물론 시장구조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나간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정보화가 새로운 형식의 사회통합을 유도하는 핵심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그가 지난 19일 서울대학교에서 행한 강연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우위는 바로 지식관리의 우위여부에 달려있다" 고 발언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경영학의 석학 피터 드러커 등 12명의 필자가 참여한 '지식경영' (현대경제연구원 옮김.21세기북스.1만2천원) 은 패포우즈의 '지식관리론' 에 이어지는 경영지침서 성격을 띠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보화와 학습이론을 '새 경영 패러다임' (지식경영) 구축의 모태로 간주하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일본의 히토츠바시대학 혁신연구소장 노나카 이쿠지로가 펼친 '은유' 를 통한 지식창조 촉발과 '유추' 를 통한 지식창조 완성이라는 색다른 논지는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지식경영을 새롭게 인식하는 철학적 틀처럼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암묵지 (暗默知 : 내재된 지식) 를 형식지 (形式知 : 겉으로 드러난 지식) 로 유도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창조에 있어서의 '여유' 는 '낭비' 와 다르다는 지적도 의미있게 다가선다.

지난달 '사례로 본 지식경영의 이해' 를 펴냈던 이순철 (李珣哲.홍익대.경영학) 교수는 최근 '사례로 본 지식경영의 방법론' (삼성경제연구소.1만원) 을 출간했다.

이 교수의 이번 저술은 지식경영을 이론에서 실천으로 연결시켜가겠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사항은 기업의 지적자산 측정과 파악, 그리고 이들 지식을 종업원과 직접 연계시키기 위한 지식지도 작성이다.

교육부 관료생활을 역임한 이영탁 (李永鐸.세계경제연구원 연구자문위원).정기오 (鄭冀五.홍익대 초빙교수).정봉근 (鄭奉根.청와대 교육비서실 행정관) 3인의 '지식경제를 위한 교육혁명' (삼성경제연구소.8천원) 은 지식산업화 구현에 필요한 토대조성론에 해당한다.

저자들은 오늘의 한국교육 현실을 자폐환자에 비유하면서 정보화와 지식산업화에 대응한 교육시스템의 혁신으로 새 길을 열어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패포우즈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진실로 문명의 비약적 도약에 실시간으로 참여하고 있는 동반자" 다.

하지만 이는 그냥 기다리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혁명' 저자들이 던지는 "정보화를 대전제로 학교 기능을 다시 정의해야 할 것" 이라는 충고가 자꾸 되살아난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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