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구조조정은 국가.기업 사활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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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재계.노동계와 정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밝혔다.

다음은 金대통령의 주요 발언 내용.

지난해 12월 7일 합의 후 제1차 점검을 오늘 했다. 오늘은 중요하고 의미있는 날이다. 우리 국민과 국제 여론은 5대 재벌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고 결국 안될 것이라는 의혹도 가졌다.

노동자들은 자신들만 희생할 뿐이며 5대 재벌은 오히려 부 (富)가 늘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오늘 회합은 진일보한 합의가 있었고, 약속을 했다.

대부분 약속단계로 실천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머지않아 실천될 것이다.

회의 결과를 보면 국민과 국제 여론이 호전되고 재계에 대한 신뢰감도 상승할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반신반의가 많을 줄 안다. 구조조정은 국가와 기업의 사활 문제다. 이제부터는 IMF가 시켜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자구노력과 자기 개혁을 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강력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사실 정부는 기업을 다그치는 것만은 아니고 환율.금리 등을 통해 돕고 있다.

정리해고도 허용하고 무리한 인금 인상이 없게 하는 등 기업에 혜택을 주고 있다.

정부는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기업으로부터 어떤 수혜를 받을 생각도 없다. 기업이 잘돼 세계시장에서 성공해야 기업도, 정부도 다 잘되는 것이다.

빅딜의 경우 중복투자 해소를 위해 전경련에서 자율적으로 시작했으며 정부도 지원했다. 진전도 있지만 아직 미진한 점도 남아있다.

정부는 시장경제원리를 준수해 정부개입 배제 원칙을 지키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가겠다.

그러나 기업이 개혁을 등한히 해 국민 이익과 경제 전체를 해칠 경우엔 금융기관을 통해 합법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과거 정권이 권력을 남용한 탓도 있었지만 금융기관도 부실운영으로 피해가 난 만큼 금융기관들은 이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수동적 자세를 버리고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특히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점검하고 협조해야 한다.

금융기관 역시 잘하면 인센티브를 주되 잘못하면 책임을 묻겠다.

IMF 이후 1백40만명 가까운 실업자가 생기고 2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등 많은 사람이 좌절을 겪었다.

이 모든 것이 잘못된 금융과 기업 운영에 있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행정부도 5대 재벌과 채권은행에 대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금감위의 경우 필요할 때는 워크아웃 (기업개선작업) 과 법정관리도 단행해야 한다.

또한 재계의 건의사항을 신중히 검토해 구조조정이 원활히 되도록 지원해야 하며 공동여당은 물론 야당도 초당 (超黨) 적으로 참여, 국가경제를 살려야 한다.

노동계도 큰 위기를 넘기고 있다. 노동자의 시위.집회.쟁의가 합법적일 때는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폭력시위 등 합법적 절차가 아닐 경우엔 이를 엄중히 다루겠다.

노동자건 기업이건 국제적 경쟁에서 이길 때 노동자는 직장을 얻고 기업은 이익을 얻는다. 기업과 노동자가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져야한다.

정부는 노사간 중립적 위치에 서겠다. 노.사.정이 화합.협력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노사 평화를 이끌어야 하며 나라를 살려야 한다.

나는 여러분을 파트너로, 동지로 협력해 나가겠다. 재계.금융기관.정부가 합심해 약속을 차질없이 지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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