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도쿄 24시] 남의 일 아닌 미일동맹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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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며칠새 워싱턴과 도쿄 (東京) 의 화두는 동맹이었다.

워싱턴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정상간의 신전략회의가 열렸다.

회의는 '코소보 서미트' 로 변질됐지만 '두개의 M' 으로 상징됐다고 아사히 (朝日) 신문은 전한다.

가맹국 (Membership) 과 임무 (Mission) 를 확대해 동맹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도쿄에서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관련 법안의 심의.의결로 시끌벅적했다.

법안은 일본 바깥의 유사시에도 자위대가 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법안에는 미.일 동맹의 공백으로 남아 있던 주변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 51년 동맹 출범후 이만한 변화는 없었다.

이제 옛 소련이 무너지면서 유행하던 '동맹 표류' 라는 말은 자취를 감췄다.

나토와 미.일 두 동맹은 되레 강화되는 추세다.

목적만 옛 소련 봉쇄에서 민족.지역분쟁 대처로 바뀌었을 뿐이다.

특히 가이드라인 법안 통과에 따른 미.일 동맹 강화는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법안의 초점은 사실상 '한반도 유사시' 에 맞춰져 있다.

우리의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자위대가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로서는 일본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미군을 고리로 협력해야 할지, 아니면 실질적인 한.미.일 3각 안보체제로 가야 하는지 등등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도 우리로서는 고려치 않을 수 없다.

가이드라인을 포위망으로 인식해온 중국이다.

미.중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고 중.일간 긴장이 높아질 경우 우리의 대처를 생각해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서울의 당국자들이 어떻게 파악하고 준비하는지 궁금하다.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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