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몽주스.커피.콜라 약먹는 음료로 부적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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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약만 중요한 게 아니다.

약을 먹을 때 어떤 음료수를 먹느냐에 따라 약의 흡수가 달라지기 때문. 게다가 어떤 약은 부작용까지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대 (UCSF) 안드레아 솔드너박사팀이 미 의약연구협회 (AAPS) 학술전문지 '의약연구'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자몽 주스가 일부 의약품의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는 것. 이런 약으로는 널리 사용되는 항암제인 '빈블래스틴' , 고혈압치료제 '로사탄' , 장기이식 거부반응 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 알레르기반응 약화제 '펙소페나딘' 등이 꼽혔다.

거꾸로 자몽 주스가 약의 흡수율을 지나치게 높여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연세대의대 약리학교실 김경환 (金景煥) 교수는 "자몽에 함유된 어떤 물질이 항우울제나 MAO같은 혈압억제제의 흡수율을 최고 3~4배 높여주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국소비자연맹 (NCL) 도 '크라리틴' '알레그라' '베나드릴' 등의 항히스타민제를 자몽 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또 '프로카르디아' 등 칼슘통로차단제 계열의 심장병 치료제를 먹을 땐 복용 2시간 전부터 복용 5시간 후까지 자몽 주스를 금해야 한다는 것. 폐경기 증상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바나나도 항우울제와 비슷한 시간에 먹으면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과일. 따라서 바나나 주스와 함께 먹으면 위험하다.

커피나 우유도 철분이 주성분인 빈혈약을 복용할 때 마시면 약의 흡수를 늦춘다.

차도 탄닌 성분이 약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항생제와 칼슘제제의 약효를 크게 떨어뜨린다.

커피.콜라 같은 카페인 함유 음료와 먹었을 때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도 있다.

'시프로' 등의 항생제, '타가메트' '잔탁' '펩시드' 같은 위궤양 치료제는 카페인과 동시에 섭취하면 신경과민과 위장장애를 불러온다.

또 기관지확장제인 '테오필린' 은 구토.발작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서울중앙병원 약품정보실 양유리 (梁유리) 약사는 "약은 대부분 물에 녹도록 만들어졌으므로 물과 함께 먹는게 가장 좋다" 며 "약 먹기 1시간 전부터는 우유나 차.커피를 피할 것" 을 권했다.

金교수는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음료수는 물론 약의 흡수를 방해하는 음료수도 미리 약을 처방하는 의사에게 물어 알아둬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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