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고용 현대전자 美법인, 생돈 1천만불 배상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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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대전자 미국 현지법인이 인력 채용 대행사에 여성.흑인 차별 채용을 종용하다 대행사가 이를 거부하자 계약을 파기한 혐의로 미국 법원으로부터 거액의 손해 배상 판결을 받았다.

현대는 이번 판결로 기업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즉각 항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상급 법원은 24일 (현지시간) 인력채용 대행사인 테크니컬 리소스 (TR)가 현대전자 자회사인 현대 세미컨덕터 아메리카를 상대로 낸 소송을 받아들여 "현대는 TR측에 9백50만달러를 지급하라" 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현대의 인사담당 이사 제임스 멘지에 대해 "TR의 소유주 제프 에이브러햄에게 50만달러를 별도 지불하라" 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현대가 지불해야 할 1천만달러는 64메가D램 (현재가격 8달러선) 을 1백25만개 팔아야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TR측은 현대가 오리건주 유진시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 96년 멘지 이사가 "한국인 이사들이 최소한의 인원을 채용할 것을 지시했으니 흑인과 여성의 이력서는 보내지 말라" 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TR측은 또 "이를 거부하자 현대는 업무계약 관계를 끊고 2명의 신규 채용에 대한 수수료 지급을 거절했다" 고 주장했다.

에이브러햄은 또 "멘지 이사가 자신에게 수천달러의 상납을 요구했다" 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브러햄은 판결 직후 "돈 때문에 소송을 낸 것은 아니다. 현대는 차별과 협박의 표본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말했다.

이에대해 현대는 "TR사와 인력채용대행계약을 체결할 때 흑인이나 여성들을 제외해 달라는 차별적인 요구를 한 적이 없다" 고 주장했다. 현대는 "당시 TR사로부터 60명의 이력서를 받았는데 이중 4명이 여성이었고, 인터뷰결과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 탈락시킨 것일뿐 차별한 것은 아니다" 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기업내 성.인종차별에 대해 엄격해 보잉사의 경우 흑인 직원들을 차별대우했다는 이유로 지난1월 1천5백만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바 있다.

김종윤.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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