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수 수만 명 “건보개혁 반대”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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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워싱턴 의회의사당 앞에선 12일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오바마의 얼굴에 영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를 합성한 사진을 몸에 붙인시민이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워싱턴 AP·AFP=연합뉴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뿔났다. 미 전역에서 모인 6만~7만 명의 보수주의자가 12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 중심가를 행진한 뒤 의사당 앞에 집결했다.

보수주의자들이 그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적 정책에 반대하긴 했지만 수만 명이 반대 시위에 나선 건 처음이다. ABC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나 영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에 비유한 그림이나 “큰 정부 반대” “오바마식 건강보험은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글이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시위했다.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이 정부의 덩치를 부풀리고, 국민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이날 시위는 전 공화당 하원 지도자 딕 아미가 이끄는 보수주의 단체 ‘프리덤 워크스’가 조직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구심점을 잃은 공화당은 이번 시위가 보수층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마바에게는 건강보험 문제가 향후 정국 운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시위대들은 조 윌슨(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난 9일 오바마의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오바마를 지목해 외쳤던 “당신 거짓말이야”라는 말을 구호처럼 부르짖었다.

조지아주 출신의 데비 둘리는 오바마의 지난해 대선 구호 “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빗대어 “우리의 메시지는 ‘아니 당신은 할 수 없다(No you can’t)’이다”라고 꼬집었다. 시위에 참가한 톰 프라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비대해진 정부를 먹여 살리려고 우리의 자녀와 손자들의 돈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오바마는 건강보험 개혁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헬기로 미네소타 주도 미니애폴리스로 향했다. 그는 타깃 센터에 모인 1만5000여 명의 청중에게 “게임을 위한 시간은 지나갔다. 지금은 행동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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