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이 너무 많은 사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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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호 34면

우리는 모두 머리를 땅에 대고 하늘을 향해 누웠다…. 사방은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고 그 고요한 어둠 속에선 숨소리조차 멈추어 있었다. 저 멀리 반짝이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나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우주의 아름다운 모든 보석들이 내 가슴에 담기고 있는 순간이었다. 작년 이맘때 나에게로 온 그 별을 기억한다. 잊을 수 없는 황홀함이었다. 흑단 같은 몽골 초원의 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그 별들을 본적이 없다.

에디슨의 인공광원 발명은 인류역사에 혁명적인 사건으로 우리 삶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빛의 달콤함을 맛본 이후로 사고의 전환과 생활방식의 변화는 우리를 더 이상 그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렸고 인간은 어느새 그 속에 깊이 빠져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편리함으로 다가선 그 빛이 불안하고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슬며시 우리를 괴롭히는 공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외치기 시작했다. 빛은 ‘공해’라고.

빛이 사람과 모든 생명체에게 미치는 문제점들이 부각되었으며 그로 인한 피해사례가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빛의 단점만을 강조하여 빛의 사용을 규제하고 금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빛의 사용을 억제하고 긍정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취지에서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빛공해 방지법의 의미는 매우 크다.

자연이 만든 빛은 아름다운데 인간이 만든 빛은 왜 불편한 것일까. 그것은 자연의 빛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극을 주지 않고 과하지 않으며 부드럽게 변화되어 모든 생명과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광원도 자연이 만들어주는 빛의 모습처럼 표현할 수 없을까. 인공광원이 만든 환경을 분석해 보자.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일까. 사용자 입장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밝은 빛을 요구하진 않았는가, 형형색색 화려한 빛의 자극에 손을 들어 주진 않았는가, 형태와 기능에 맞는 적절한 표현과 설계가 제대로 되었는가 하는 부분들이다.

밝은 빛이 무조건 좋은 빛은 아니다. 공간의 기능에 따라 우리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빛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 그런 측면에 사전에 계획되는 ‘디자인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에 의한 질적인 디자인 계획은 기능적이고 효율적이면서 미적인 환경을 창출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이다. 그 다음, 디자인된 내용을 정확하게 실현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들이 있어야 한다. 조명기구는 원하는 빛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위한 기능성과 효율성을 지녀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도 매우 밀접한 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기술력이 우리를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게 매우 취약한 부분이다. 품위 있고 행복한 좋은 빛을 만들기 위하여 법을 제정할 때 반드시 강조해야 될 부분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행복한 빛의 의미와 역할을 이해하고 좋은 빛과 나쁜 빛을 판단하기 위한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 야간활성화를 위하여 급하게 빛을 켜듯이 문제가 있다고 급히 어둠을 만드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각 지역과 공간의 특성에 맞게 아름답고 기능적인 빛을 찾기 위한 방법과 여유를 갖도록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단체들과 교류해 빛과 어둠의 조절을 통한 지구환경 지키기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먼 우주로부터 전해 온 별빛은 언제나 우리의 머리 위에 빛나고 있다. 이제 다시 그 행복의 보석을 찾아 별빛을 가슴에 품을 때가 되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을’ 그대에게 보여드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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