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7대 사회보험] 사회보험과 거시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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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적자가 나면 법인세는 안내도 되지만 사회보험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니 때론 세금보다 무섭습니다. " 가죽제품 생산업체 S물산 K사장은 지난해 종업원 2백50명의 사회보험료로 2억원 가량을 냈다.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료로 각각 8천만원 가량, 고용 및 산재보험료로 1천만원씩이 나갔다.

1인당 월급 외에 연간 80만원꼴을 추가로 부담한 셈이다.

올해는 국민연금 부담만 절반이 늘어나고 다른 사회보험료도 오르니 1인당 부담액이 1백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사람은 가급적 줄이고 사회보험이 필요없는 기계로 대체해야 할 판" 이라는 것이 K사장의 얘기. 어떤 체제든 사회보험은 공짜가 아니다.

'부담' 이라는 측면이 있게 마련이다.

사회보험이 '저부담.고지급' 체제로 멋을 부릴수록 경제엔 주름살이 간다.

기업은 부담을 줄이려 인력을 줄이게 된다.

가계에도 영향을 준다.

근로자들이 올해 내야 할 사회보험료도 올라 월급에서 자기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 추정에 따르면 올해 근로자들이 부담해야 할 사회보험료는 ▶국민연금 4조2천7백50억원 ▶고용보험료 4천6백18억원 ▶의료보험료 1조5백70억원 등 총 5조7천9백38억원. 지난해 (4조1천8백41억원, 추정) 보다 38% 늘어난다.

이로 인해 내수침체→기업경영 부진→감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빚어질 수 있다.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는 "거시경제 발전도 감안해 사회보험에 대한 적정한 부담수준과 지급액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출이 시급하다" 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사회보험 개혁에서 앞서가고 있는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찍이 1924년 비 (非) 서구 국가로는 최초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던 칠레는 70년대에 사회보장비 부담 때문에 경제가 거덜났다.

그러나 피노체트정권이 들어선 후 81년부터 연금을 완전 민영화하는 등 개혁을 단행한 끝에 90년대 들어 남미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 (평균 7%) 과 저축률 (27~29%) 을 회복하게 됐다.

칠레의 성공사례는 이후 페루.아르헨티나.멕시코 등에 확산됐고, 복지 선진국들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이 정권은 물론 경제를 뒤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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