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워크아웃 '졸업 1호' 한창화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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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외자유치를 통해 워크아웃 (기업개선작업) 을 조기에 마친 기업이 처음으로 나왔다. 한때 채권금융기관과 선정기업의 이해 대립으로 무용론까지 제기되던 워크아웃에 첫 성공사례가 나온 것이다.

산업은행은 한창화학이 덴마크의 세계적 해운회사 룰랜드로부터 대주주 지분매각과 증자참여 1천만달러.장기대출 2천만달러 등 총 3천만달러의 외자를 끌어오는 데 성공, 금융기관 대출금을 갚겠다고 함에 따라 워크아웃 작업을 조기에 끝내기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한창화학 대주주인 김종선 한창제지 대표이사와 룰랜드사의 필립 그라프 해외사업담당 이사는 지난 15일 한창화학 지분 75%를 매각하는 자본참여 계약서에 정식 조인했다.

산업은행은 16일 채권단회의를 통해 한창화학이 금융기관 빚을 한꺼번에 갚는 대신 채권액 2백60억원중 25억원 (9.6%) 을 깎아주기로 결정했다.

경남 양산에 본사가 있는 산업용 및 자동차용 고무벨트 생산업체인 한창화학은 외환위기 이후 경영악화로 지난해 8월 24일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됐으며 3년간 원리금의 상환유예 등 워크아웃 방안이 확정됐었다.

한창화학의 성공사례는 특히 최대 주주가 경영권 유지에 연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해 이룬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경기화학 등 일부 기업의 워크아웃이 금융기관과 기업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파국을 맞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기화학은 지난달 워크아웃 방안이 확정된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도탈락, 부도처리됐다. 채권단은 지난 1월 8일 경기화학에 1백60억원을 출자하는 워크아웃 방안을 확정했으나 경영진은 출자전환을 할 경우 기존 대주주 지분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자금지원만을 고집, 파국을 맞았다.

아남전자와 통일중공업 등은 워크아웃 방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워크아웃 기업이 순조롭게 회생하기 위해선 채권단과 경영진의 협조, 외자유치나 사업성 개선 등 3박자가 함께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한창화학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노력이 부진한 가운데 회사측과 금융기관 모두에 유리한 방향으로 워크아웃을 조기에 끝낸 데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나머지 워크아웃 대상기업의 외자유치와 관련해 시금석이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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