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사고 이모저모] 사고소식에 가족들 망연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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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에 화물을 내려놓은 뒤 저녁 비행기로 돌아오겠다면서 환한 웃음을 짓고 집을 나섰어요. 어떻게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홍성실 (洪性實.54) 기장 등 승무원 가족들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통곡했다.

◇ 가족 표정 = 洪기장의 부인 金미순 (49) 씨는 "남편이 '임정 80주년을 맞아 상하이로 화물을 수송해 남다른 감회가 있다' 며 흐뭇한 얼굴로 나갔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정신을 잃고 말았다.

옆에서 어머니를 달래던 맏아들 준석 (24.대학생) 씨는 "아버지는 베테랑 파일럿이에요. 자상한 아버지가 절대 죽었을 리 없어요" 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박본석 (朴本錫.35) 부기장 가족들도 뜻밖의 비보 (悲報)에 넋을 잃었다.

"저녁에 돌아오겠다면서 딸 (유빈.3) 과 갓 백일이 지난 아들 (성빈) 을 꼭 껴안고는 평소처럼 밝은 표정으로 집을 나섰어요. " 부인 최계숙 (崔桂淑.28) 씨는 "아직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곧 '나 안전해. 걱정하지마' 하며 전화를 걸어올 것 같아요" 라며 울먹였다.

그녀는 며칠 전 아들 백일을 지내면서 "오는 22일이면 전세생활을 끝내고 새 아파트로 이사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며 기뻐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맴돈다고 했다.

◇ 승무원 주변 = 부인과 장남 외에 차남 영기 (23.군복무 중) 씨.딸 선하 (18.고3) 양을 둔 洪기장은 육군항공대 소령으로 예편한 뒤 81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총 비행시간은 1만2천여 시간으로 지난 97년 무사고비행 5천시간을 돌파한 베테랑이다.

朴부기장은 연세대를 나와 대한항공이 자체적으로 조종사 양성을 위해 운영해온 비행훈련원에 94년 입소, 다음해 9월 부조종사가 됐으며 대한항공에서도 인정받는 조종사였다.

정비사 박병기 (朴炳基.48) 씨는 부인 김흥례 (39) , 장녀 미정 (20).차녀 애정 (18) 양, 아들 박대걸 (13) 군을 두고 있다.

김정하.김성탁.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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