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조갈량’ 지키기냐 ‘야신’ 뒤집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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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정규시즌 종료까지 보름여를 앞두고도 프로야구 선두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선두 KIA는 지난달 말 2위 그룹을 6.5경기 차까지 떨어뜨리며 한국시리즈 직행을 굳힐 기세였다. 그러나 이후 2위 SK와의 두 차례 맞대결을 포함해 9일까지 5연패를 당해 선두마저 위협받았다. 반면 SK는 창단 후 팀 최다연승 타이기록인 11연승을 올리며 KIA를 압박하고 있다. 10일 현재 두 팀의 승차는 불과 1.5경기다.

◆SK가 유리하다?=SK는 KIA를 충분히 압박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8∼9일의 맞대결에서 거둔 완승은 심리적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SK는 2연전 직전까지 올해 KIA에 상대 전적 5승2무10패로 크게 밀렸지만 마지막 두 경기를 쓸어 담고 자신감을 회복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고비 때마다 구사한 작전들이 척척 들어맞으며 쾌재를 불렀다.

11연승 동안 SK 불펜 투수들은 평균자책점 0.91을 기록했다. 타자들의 집중력이 살아나고 불펜이 안정을 찾자 김성근 감독은 “이제 계산이 가능해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SK는 무엇보다 9월 일정이 좋다. 지금까지 한 번도 3연전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다. KIA와 2연전을 마친 뒤 이틀 휴식하고 12일 LG전 후 다시 이틀을 쉰다. 반면 KIA는 지난주 부산→대구→광주에 이어 10일부터 대전→잠실→목동으로 이어지는 원정 강행군에 들어갔다. 그 사이 휴식은 14일 월요일 하루뿐이다.

조범현 KIA 감독은 “SK는 9월 전승이 가능한 스케줄”이라고 부러워했다. 김 감독도 “일정상 불펜진을 운용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SK는 지난 2년간 온갖 위기를 뚫고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SK 선수단이 갖고 있는 경험과 자신감으로 특유의 야구 색깔을 되찾고 있다.

◆그래도 KIA?=하지만 숫자상 유리한 쪽은 여전히 KIA다. 자력으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낼 확률은 아직 KIA가 높다.

KIA는 앞으로 10경기, SK는 9경기를 남겨 놓았다. SK가 9전 전승을 하더라도 KIA가 8승2패 이상을 거두면 1위는 KIA 차지다. SK가 9경기를 모두 이기면 시즌 최종 81승5무47패를 기록한다. KIA가 8승2패를 하면 81승4무48패로 SK와 승률(0.609)이 똑같아진다. 올 시즌 대회요강에 따르면 1~4위팀 승률이 같을 경우 상대전적으로 1위팀을 가리도록 돼 있다. KIA는 SK에 10승2무7패로 앞선 채 시즌 맞대결을 마감했다. KIA의 1위 매직넘버는 8로 줄어들었다. 남은 10경기에서 8승을 거두면 자력으로 1위를 거머쥘 수 있다는 얘기다.

12년 만의 정규시즌 1위를 노리는 KIA도 이런 계산을 하고 있다. KIA 관계자는 “SK전에서는 최희섭·김상현의 침묵 등 악재가 있었다. 대신 구톰슨의 건재를 확인했고, 불펜 소모도 적었다”며 “최근 부진은 SK·두산 등 강팀과의 대결에서였다. 나쁜 사이클이 지나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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