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최후의 패착, 20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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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결승] ○·후야오위 8단 ●·김지석 5단

제14보(187~207)=일본의 초대 본인방 산샤가 임종 직전에 했다는 “바둑이라면 패를 내서라도 살릴 수 있었을텐데…”라는 말이 떠오른다. 다시 말하면 패는 질긴 것이다. 또 구미호처럼 요사스럽고 변화무쌍하며 지긋지긋한 구석도 있다. 꽃놀이 패야 즐겁기 짝이 없다지만 이단 패, 늘어진 패, 삼패 빅까지 어느 것 하나 똑 부러지게 끝나지 않는다. 변화를 즐기는 전투파들이 패를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 판도 패를 하며 날이 새고 있다. 그 와중에 흑은 백△ 넉 점을 잡으며(12집) 흑▲ 두 점을 내줬으니 또다시 전과를 거둔 셈이다. 김지석 5단이 203 잇고 물러선 것은 팻감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수라 하겠다.

이때 후야오위 8단의 특징을 알려주는 수가 등장한다. 그는 순리대로 204(187 자리)로 이었는데 그 순간 205, 207을 연타당해 바둑이 끝나고 말았다. 204는 이렇게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참고도’ 백1로 버티고 봐야 한다는 것. 아직은 3과 A, 두 개의 총알이 있는 만큼 끝까지 항전하면 아직 모른다는 것. 박영훈 9단은 204를 최후의 패착으로 지목했다. 이 판은 233수에 종국하여 흑이 5집반을 이겼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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