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닛산 '충돌때 안정성'놓고 실험·광고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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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보세요, 우리 차가 닛산차보다 얼마나 튼튼한지 아시겠죠. " 최근 일본 도쿄 (東京) 인근 시즈오카 (靜岡) 현의 도요타 자동차 연구소에서는 색다른 실험이 벌어졌다.

도요타가 보도진 2백명을 모아놓고 자사의 신형 경차 '비츠' 와 경쟁사인 닛산의 '큐브' 를 여러 각도에서 충돌시키는 시연회를 연 것. 부사장이 직접 현장 진두지휘에 나섰다.

지금까지 자동차의 안전성을 과시하기 위해 벽에 충돌시키는 테스트는 여러 번 있었지만 경쟁 차종과 충돌실험을 한 것은 처음있는 일. 발단은 1주일전 운수성과 자동차사고 대책센터가 공동으로 발표한 '충돌시 안전성능에 관한 순위' 발표였다.

도요타가 4개차종 중 1개 차종에서만 최고 평가 등급인 AAA를 받은데 비해 닛산은 5개 차종중 4개 차종에서 AAA를 받아 이를 TV광고 등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기 때문.

도요타는 실험 후 찌그러진 닛산차 앞에서 "유럽 기준 (시속 60㎞, 일본은 50㎞)에 근거한 '오프 세트 충돌' 이라는 방법으로 안전성을 측정할 경우 닛산은 우리의 상대가 안된다. 정면 충돌만으로 안정성을 측정하는 운수성의 평가기준은 한마디로 우스운 일" 이라며 쌓였던 울분을 토해 냈다.

그러자 닛산도 가만있지 않았다. 당장 실험 다음날 "유럽 수출용인 비츠와 내수용 큐브를 유럽 기준으로 시험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며 "르노와의 합작에 초조해진 도요타의 악수 (惡手)" 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

도요타는 13일에는 미국 현지법인에서 탁월한 영업능력을 보인 쵸 후지오 (張富士夫.62) 부사장을 사장으로 전격 발탁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르노의 닛산 지분참여로 새 국면을 맞고 있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혈전' 이 드디어 막오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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