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연금 땜질식 봉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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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민연금 확대시행을 계기로 사회보험이 안고 있는 문제가 일제히 들춰져 도마에 오르고 있다 (중앙일보 '비틀거리는 7大 사회보험' 시리즈) .특히 공무원연금은 환란 이후 공무원들의 대량퇴직으로 연금재정이 바닥을 보여 축소지급이 논의되면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공립교원들이 무더기로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는 등 공직사회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교육부장관이 연금부족을 재정에서 메워줄 것을 건의, 대통령이 이의 검토를 지시한 바도 있다.

우리는 연금제도 개선이 어떤 형태로든 절실하며 재정지원도 해결의 한 방안이라는 데서 검토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연금의 방만한 운영 등에 대한 근본적 제도개선이 전제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역시 미봉책이 되고 말 것이란 점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연금의 공동화 (空洞化) 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애초 '저 (低) 부담 고 (高) 지급' 체계로 설계돼 가입 20년후면 연금을 탈 수 있고 연금지급액도 퇴직시 최종급여 기준으로 돼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지급개시연령 60세, 전체 가입기간의 평균 월보수액을 지급기준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서도 문제가 큰 것이다.

여기에 운영도 방만해 고질적으로 각종 투자에서 손실을 봐 왔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금운용에는 펀드매니저 등 투자전문인력이 없거나 있어도 태부족상태임은 잘 알려져 있다.

정부는 일단 공무원연금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체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연금가입 공무원의 입장에서 연금지급 축소란 일방적 계약파기와 마찬가지여서 불만이 클 게 당연하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퇴직공무원의 연금부족분 6조원에 대해선 일종의 정부 구조조정비용으로 취급해 재정부담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연금설계의 문제점과 운영실책을 이제 와서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납득할 국민은 적다.결국 국민 설득을 위해선 연금 지급시기와 지급기준의 개선 등 근본적 개선책이 더불어 강구돼야 하고 이를 위한 대 (對) 국민 및 공무원 설득은 정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보장제도란 사회적 연대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인 시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돈 낼 사람은 적은데 노후보장과 소득재분배효과 등 목표만 높여 밀어붙이기만 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복지국가라는 유럽과 미국에서 연금으로 왜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일부에서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실패한 정책' 이라는 비판이 나오는지 자문 (自問) 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사회보장제를 '적정부담, 적정수혜' 체제로 가져가기 위해선 연금 재설계 등 연금재정의 항구적 안정방안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인기없는 정책이므로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각오가 아니면 추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서 현 정권에도 한계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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