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시리즈] 7대 사회보험 비틀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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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기본틀을 이루는 7대 사회보험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교원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이 비틀거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7대 사회보험의 근원적 문제점과 개혁의 대안을 심층진단, 6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2025년 4월. 신입사원 金서민 (26) 씨는 첫 월급 명세표를 보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떼는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월급은 1백50만원인데 국민연금.의료보험.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로 떼인 돈이 23만여원 (월 소득의 15.55%, 최소한의 추정치여서 실제는 더 늘어날 것임)에 육박하고 있었다.

"세금 (소득세.주민세) 을 합해 40만원이 만져보지도 못하고 그냥 나가네" 하며 투덜거리는 金씨에게 그가 태어나던 해 (1999년)에 입사한 그의 상사는 "26년 전에 비해 자네 세대들의 부담이 두배 이상 늘어났네" 라며 위로했다.

그러나 金씨는 이날 저녁 노래방을 운영하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면서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고 느꼈다.

그 친구는 "나는 연금.의료보험 두 사회보험료로만 월소득 2백만원 중 31% (62만원) 나 내고 있다" 며 "자네는 그래도 사회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주지 않느냐" 고 말했다.

고민은 金씨네 회사 사장이 더 크다.

사원들과 똑같은 요율의 사회보험료 (합계 15.55%) 를 회사측이 부담해야 하는 데다 퇴직금 적립금 (평균 8.3%) 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원 한 사람당 부담해야 하는 회사의 사회보장 비용이 24%에 달하는데 이 정도면 사회보장 선진국인 유럽 사용자들의 부담수준 (25~30%)에 못지 않다.

이러한 분석치를 내놓은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김용하

(金龍夏) 교수는 "2025년에 노사 (勞使) 를 합친 한국의 사회보장 부담은 무려 39.3% (추정치.퇴직금 부담금 포함) 로 98년 현재 독일의 수준 (33.5%선) 을 웃돈다" 고 지적했다.

한국의 사회보험이 경쟁력을 해칠 정도로 무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얘기다.

사회보험은 복지와 부담이란 양날의 칼이다.

현재의 사회보험제도는 정치적 배려를 앞세워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저부담 고지급' 체계를 택해 현 세대는 많은 혜택을 받는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현 퇴직자의 납부 보험료 대비 연금 수익률 (현재가격 기준) 이 국민연금은 2배 이상, 공무원.사학연금은 3배, 군인연금은 5배나 된다.

이러니 재정파탄이 불 보듯 뻔하게 돼있다.

또 미래 세대는 고부담을 강요받으면서 지급은 보장받지 못한다.

국가경제 전체에 큰 주름살도 우려된다.

잘못되면 그 피해가 적어도 '3대 이상' 간다.

이같은 부실설계를 고치기 위해 97년 말 국민연금제도 개선기획단은 40년 연금 가입시 생애평균 월소득의 40% (종전 70%) 를 연금으로 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는 선심 쓰듯 이를 55%로 상향조정했고 국회에서는 덤까지 붙여 60%로 조정, 지난해 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은 시행 8년만인 96년말까지만 봐도 1백28조원의 잠정적자 (연금 준비금 소요는 1백50조원이나 적립금은 22조원) 를 안고 있다.

2039년에는 기금이 한푼도 안남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무원 연금은 명퇴 확대 등으로 2001년 이후 기금고갈이 우려된다.

또 군인연금은 75년부터 재정적자 상태며 사립교직원 연금도 2016년께 기금 고갈이 예상돼 있다.

의료보험도 '저부담.저지급' 에서 '적정부담.적정지급' 으로 전환하지 못해 진료비의 본인부담 비율이 거의 50%에 이르는 기형적 운영이 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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