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분류체계 새로 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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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과학기술 분야의 분류체계가 새로 마련돼 학계에 고질로 여겨지던 연구지원비의 중복지출 등 낭비를 막고 학술활동 지원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한국과학재단 (사무총장 박진호) 은 8일 "다양한 학문분야에 대한 분류가 통일되지 못하던 폐단을 없애고 국가전체의 학술활동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로서 새로운 '과학기술 분류체계' 를 마련했다" 며 "새로운 과학기술 분류체계는 5월께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내놓을 인문.사회분야 분류체계와 통합해 종합학문분류체계로 확정, 시행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새 분류체계는 90년대 초반에 설정된 기존의 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새 학문영역을 새로 설정하고, 실제 연구활동이 미진하면서도 독립된 학문 분야는 폐지, 혹은 특화시켰다.

기존의 분류체계는 과학기술의 전체 분야를 자연과학.생명과학.공학 등 3개의 대분야로 나눈 뒤 12개의 중분야, 124개의 세부분야로 나뉘어 있었다.

새 분류체계는 대분야에서 기존의 분류에 복합영역을 추가, 4개로 나누고 이를 18개의 중분야, 69개의 소분야와 580여개의 세분야로 보다 세분화했다.

새 분류체계의 특징은 연구분야와 적용분야를 함께 사용하도록 한 것. 이는 그 동안 연구 결과만을 가지고 학술활동을 평가하던 폐단에서 벗어나 학술 활동을 세분화한다는 장점과 함께 연구 결과의 실제 응용 등 산.학.연 협동 가능성도 높이게 된다.

이번의 과학기술 분야 학문분류 작업은 인문사회 분야와의 혼동을 막기 위해 양 팀의 핵심연구자를 교환하는 등 초기에 과학재단과 학술진흥재단의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효율적인 학술정책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새로운 분류체계를 갖춤으로써 국내 학계는 또 학술정보 데이타베이스화의 효율화를 기할 수도 있게 됐다.

새 분류체계 마련 작업을 주도한 한남대 설성수 (46) 교수는 "일원화된 분류가 갖춰지지 않아 그 동안 학술활동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었다" 며 "새 분류체계 마련은 학술활동의 성과 뿐 아니라, 연구 과정까지도 정확히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고 밝혔다.

분류체계 마련 작업은 97년부터 '기존 분류체계의 적절성' '분류원칙에 대한 의견' 등을 내용으로 한 학계의 설문조사를 거쳤다.

분류체계의 오류를 막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조사를 끝낸 뒤 분야별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초안을 마련, 지난해 말 한국과학재단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사이버 공청회도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문 연구자는 5천명, 학술단체도 2백여 개에 이른다.

국내 학계가 새 분류 작업에 거의 동참한 것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곽진 교수는 "기존의 경직된 분야분류로는 새로운 연구활동을 담아낼 수 없다" 며 새로운 분야분류는 "학술활동의 성과를 적절히 평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 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문분야에 있어서의 합리적인 분류체계는 연구 활동을 활성화 하는 기본적인 틀이 된다고 곽씨는 덧붙였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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