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인] 日아사히맥주 후쿠치 시게오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지난 1월12일 일본 도쿄 스미다 (墨田) 구의 아사히맥주 본사 홀에 모인 직원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날은 아사히맥주가 '부동 (不動) 의 제왕' 이라 불리던 기린맥주를 누르고 만년 2위에서 벗어났다는 공식 발표가 나온 날. 98년 맥주시장 점유율은 아사히가 39.9%, 기린이 38.8%.45년만의 1위 탈환이었다.

아사히맥주의 '부활 스토리' 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지난 1월 사장으로 취임한 후쿠치 시게오 (福地茂雄.65) . 후쿠치 사장이 아사히맥주에 입사한 것은 57년. 최초 근무지는 오사카 지역 판매과였다.

당시 아사히맥주는 오사카에서 6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월등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오사카 지점 판매과장으로 취임한 71년에는 20%까지 하락했고 전국적으로는 17%.그야말로 아사히 맥주는 '지는 해' 였다.

85년 전국 시장점유율 9.6%로 후발업체 산토리맥주 (9.2%)에 추월당할 위기까지 몰릴 때 그는 일선 책임자인 영업부장이었다.

그러나 87년 아사히맥주가 '슈퍼 드라이' 라는 히트 상품을 내놓은 뒤 상황이 급반전했다. 그때까지 주력 상품이었던 열처리 맥주에서 탈피, 생맥주의 신선함을 살린 맥주를 개발한 것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무엇보다도 후쿠치가 이끈 판매전략이 대성공을 거뒀다. 기린이 장악하고 있는 도매상과 음식점 등은 공략하지 않고, 슈퍼마켓이나 24시간 편의점 등을 통해 캔맥주의 판매를 확대한 전략이 먹혀 들어간 것이다. 소비자와의 직접 접촉만이 살 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후쿠치 사장은 아사히맥주의 영업맨들에게는 자신의 젊은 시절 영업 경험을 들려주면서 '근성' 을 불어넣고 있다. 자신이 건넨 명함을 쳐다보기는 커녕 손톱의 때를 빼는 데 쓰는 것을 목격하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매일같이 그 주류 도매업소에 출근,끝내는 '우리 편' 으로 만든 그를 두고 세토 유조 (瀨戶雄三) 회장은 "악바리중의 악바리" 라며 일찍이 그를 후계자로 손꼽았을 정도다.

그는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다 문득 떠오르는 광고 카피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메모장을 꺼내 기록한다. 이제 국내1위의 자리에 선 그가 꿈꾸는 것은 '글로벌 경영' .맥주업계에도 곧 국제시장 재편의 파고가 몰려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그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후쿠치는 이를 위해 자회사인 의약품 회사를 매각하고 조직 재편을 통해 미국.유럽.아시아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사히 맥주는]

1889년 아사히 맥주의 전신인 오사카 맥주 사가 설립된 이후 1백여 년 동안 일본의 대표적인 음료수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공식적으로 아사히 맥주 회사가 출범한 것은 지난 49년으로 현재 종업원은 4천2백명, 자본금은 1천7백75억엔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2백83억엔으로 경상이익은 5백3억엔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건강식품과 위스키 시장에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에 현지법인이 진출해 있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