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표결이 보여준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나라당 서상목 (徐相穆)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정국의 불확실성을 드러낸 중대 사건이다.

공동여당으로선 뼈아픈 이탈표로 인해 권력의 조기 누수현상 및 여 - 여공조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이번 일로 고무된 야당은 대여 (對與) 공세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여파로 정국이 불안정 국면으로 빠져서는 안되며 이런 때일수록 여야 모두 냉정을 되찾아 정국안정을 모색해야 함을 먼저 당부하고자 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요인은 공동여당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우선 공동여당에서 20여표가 이탈한데 대해 국민회의쪽은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는 자민련쪽을 의심하고 있다.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공동여당간의 이런 불신을 보면 그 공조관계가 얼마나 인위적이며 불안한 구조인가를 방증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최근 두드러진 정부.여당내 정책혼선과 정치개혁의

지지부진이 모두 이같은 태생적 한계에 큰 원인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던 터다.

이 태생적 한계의 본질적 고리가 연내 내각제개헌의 이행여부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이런 구조적 요인을 하루 빨리 해결해야 여권의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이 문제를 덮어만 둘 것이 아니라 공론화해 조속한 시일내에 양단간에 매듭짓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고 이번에 표출된 공동여당간 상호불신의 골이 깊어질 경우 정쟁 (政爭) 구조의 만성화와 정책혼선의 증가는 불보듯 뻔해진다.

이런 상태가 돼서는 정권출범 1년만에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그리고 이번 표결 결과는 여야관계에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공동여당의 정치행태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또 다른 의미를 공동여당 수뇌부는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불과 4표 차이로 위기를 넘긴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의 표결 결과를 보면 여권 지도부가 소속의원들의 여론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徐의원문제만 하더라도 동료의원 구속에 쉽게 동조하기 어려운 의원들의 정서를 지도부가 너무 소홀히 생각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공동정권의 수뇌부는 대야 (對野) 정치를 대결보다는 화합과 포용쪽으로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야당도 이번 사태를 마치 무슨 큰 승리라도 한 것처럼 도취해 강경투쟁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이번 표결 결과는 徐의원의 구속을 막은 것일뿐 그의 혐의를 벗겨준 것은 아니다.

공동여당은 이번 표결 결과에서 여러가지 교훈을 얻고 안정적 국정추진의 틀을 새로 짤 필요가 있으며, 야당 역시 국정현안 심의에 건설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