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동강수질 정말 문제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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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월 설 연휴 직전. 한국자원연구소의 지질전문가 3명이 정부 과천청사를 찾았다.

이들이 들른 곳은 건설교통부 수자원 개발과. "강원 동북지역의 수질을 조사해 보니 발원지부터 유해원소의 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순수 자연수 (自然水)에도 비소나 알루미늄이 식수허용기준치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검출되더군요. 대책을 세워야할 것 같습니다."

이들은 건교부 담당자들에게 한국자원연구소의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이런 요지의 '건의' 를 올렸다.

자원연의 전문가들은 이어 환경부나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에도 이런 조사결과를 알렸다.

6일 오전. 동강의 수계 (水系)에서 기준치 이상의 비소와 알루미늄이 검출됐다는 본지 보도 (4월 6일자 27면)가 나가자 건교부 관계자는 짐짓 흥분해 있었다.

"탄광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조사해 유해원소 농도가 높다는 식으로 말하다니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느냐. 또 이 조사는 원래 수질측정이 아니라 자원조사가 목표였다."

'지화학조사연구' 로 명명된 이 조사보고서 40쪽에는 시료 (물) 를 채취한 지점이 뚜렷이 표시돼 있다.

동강 수계만 해도 채취지점이 얼추 1천여곳, 이중 탄광근처 수계 채취는 1백곳도 안돼 보인다.

조사책임자는 "사람도 다니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의 자연수까지 다 찾아다녔다" 고 말했다.

1백47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1백쪽에 걸쳐 중금속과 유해원소 20여종의 분포와 농도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보고서 머리말에 "지하자원 탐사는 물론 심각한 환경오염을 감지할 수 있는 연구…" 라고 조사목표를 밝힌 것과도 잘 부합되는 내용이다.

조사보고서는 머지않아 주요 연구기관이나 대학 자료실에 비치돼 일반인도 곧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건교부가 혹 선입견을 갖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사결과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무시하려 든다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일이 될 성 싶다.

이번 일을 쭉 지켜본 한 관계자는 "중요한 사안인데 정부부처간 협조도 그렇고, 진지하게 심각성을 따져보려는 노력도 볼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전문가 따로, 행정가 따로, 부처 따로인 세상에서 결국 멍드는 것은 국민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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