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여론 의식한 통일장관 “북한 선량한 이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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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외통위에서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임진강 유역 지형도를 보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9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선 임진강 수해 사태를 야기한 북한 성토와 정부 대응 자세에 대한 추궁이 빗발쳤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이번 사건은 북한의 반인륜·반민족적 범죄행위”라며 “정부가 7일 보낸 대북통지문은 유감 표명, 재발 방지 촉구 등 형식적이고 북한의 선처를 요구하는 내용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구 의원은 “정부의 맥 빠진 대응과 석연찮은 북한의 해명에 국민들이 분노하자 통일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뒤늦은 대응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도 “이번 사태는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며 “사태 발생 이후 공적 사명감을 갖고 소명을 다한 사람은 최초 교량을 지키던 초병과 부대 훈련 중 수위 상승을 신고한 초병 두 명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윤상현(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은 사과 표명은 고사하고 ‘너희는 그렇게 알라’는 투”라며 “오만불손하다 못해 사악하기 그지없는 태도”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범관(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이 6명이나 죽었는데 고작 유감 표명밖에 못하냐”며 “북한을 향해 ‘우리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시원한 소리를 좀 해보라”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임진강 사태가 생기기 이미 열흘 전인 8월 27일 북한이 초당 7400t의 물을 두 시간 동안이나 흘려 군남댐을 건설 중이던 크레인과 임시교량이 떠내려가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한 탓에 9월 6일 무고한 시민 6명이 희생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북한의 무기 화물이 압류된 것은 우리 해외 공관이 UAE에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인데, 북한이 이에 불만을 품고 무단 방류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장관이 ‘의도적인 방류’라고 말했는데 뉘앙스가 마치 수공(水攻)을 포함하는 것처럼 느껴져 향후 대화와 협상에서 오해를 빚지나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상천 의원은 “이번 사태는 북한이 저지른 일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관계 장관에게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고, 현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통일부 장관 출신인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선 2005년 임남댐 (물의) 방류 계획을 북측이 통보키로 합의했던 것과 같은 합의를 다시 만들어야 하며, 그러려면 즉각적으로 남북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장관은 정부의 ‘저자세’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평소보다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이 “북한을 선량한 이웃으로 보냐”고 묻자 현 장관은 “선량한 이웃이라면 (방류 때) 통보를 해줘야 하는 게 원칙이다. 선량한 이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측 해명은 전혀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공식적인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북한이 ‘의도적인 방류’를 한 배경에 대해선 “정부의 검토가 끝나는 대로 판단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하·선승혜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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