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별 아웅산 수지 여사 英언론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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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떠나간 남편과 아이들에게 아무 말 못하는 내 처지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릅니다. " 미얀마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는 지난 4일 미얀마 수도 양곤의 사무실에서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편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고통스러웠던 심경을 털어놓았다.

수지 여사는 날마다 국제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던 맏아들 앨릭스 (25) 와 둘째 아들 킴 (21) 이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 영국으로 오라고 호소했지만 "민주화 투쟁을 함께 하는 동지를 그냥 남겨둘 수 없었다" 고 고백했다.

그녀는 "동지들의 신변 안전이 가장 큰 문제였다" 면서 "군사정권의 가장 큰 소망은 내가 조국을 떠나는 것으로 그들은 내 남편이 병을 앓는 것을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다" 고 주장했다.

수지 여사는 지난 90년 자신이 이끄는 야당이 압승을 거두자 군사정권이 총선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가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그녀는 "내가 직면한 진퇴양난의 곤경에서 결국 같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면서 남편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슬픔을 억눌렀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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