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발칸]난민 포화상태…60만명 국경서 헤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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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코소보에서 쫓겨난 알바니아계 난민이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인근 국가들의 국경지대엔 난민캠프가 우후죽순 (雨後竹筍) 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UNHCR) 은 3일 코소보내 알바니아계 주민 1백80만명 중 지난 10일 동안 31만5천여명이 이웃한 마케도니아.알바니아 등지로 피난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아직 국경을 넘지 못하고 헤매는 난민도 60만여명선. 또 지난해 3월 이후 유고공습 직전까지 코소보를 떠난 난민도 20만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3일 현재 마케도니아에 있는 코소보 난민 12만1천여명 중 30%가 2일 하룻동안 합류한 숫자" 라고 보도했다.

UNHCR도 현재 난민들이 시간당 2천~3천명씩 국경에 도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속도라면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가 사라질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난민 중엔 물자부족과 추위.전염병 등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고산지대로 영하의 날씨인 블라체 난민캠프에선 2일 하룻동안 4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11명이 질병으로 사망했다.

알바니아 국경도시인 모리니의 병원에서도 같은 날 8명의 난민이 숨졌다. 이 지역 캠프엔 3일부터 식량이 떨어져 난민들이 굶주리고 있으며 수도공급도 끊긴지 오래됐다.

며칠을 노숙하며 도보로 먼길을 걸어온 난민들은 국경을 넘은 뒤에도 허기진 배를 달래지 못한 채 다시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등으로 살 길을 찾아 떠나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나토가 공수작전에 나섰다.

한때 국경을 폐쇄했던 마케도니아의 키프리야보바 부총리는 터키가 2만명.독일 1만명.노르웨이가 6천명의 난민들을 각각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유럽연합이 10만명의 난민을 수용할 것임을 자신에게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빌 클린턴 미 대통령도 3일 코소보 난민을 위한 긴급 지원을 지시한 후 미국민에게 자선모금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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