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재보선과 돈] 돈선거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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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30 재.보선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달 13일 A선거구의 여당 후보 사무실. "내가 관리하는 조직 2백명이 있으니 일당 5만원씩만 주면 남은 선거기간 중 열심히 운동을 해주겠다."

선거를 여러차례 치렀다는 한 중년 남자가 이렇게 제의했다. 후보측은 대책회의를 열고 이 선거브로커가 주장하는 '조직' 을 짚어봤다.

그 조직은 실제 존재하며 나름의 득표력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후보측은 일당 3만원에 타협을 봤다.

홍보활동의 대명사가 되는 '사랑방 좌담회' 도 상당한 자금이 드는 운동 방법. "자신의 집을 좌담회 장소로 빌려주는 사람에게 1백만~2백만원을 줘야 합니다.

또 집주인이 좌담회가 끝난 뒤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받아오면 후보측은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반응을 살피고 긍정적인 대답을 할 경우 식사비조로 별도의 돈을 지불합니다." 재.보선 현장을 뛰어다녔다는 한 선거책임자의 말이다.

B지역에서 선관위가 여당 C후보측을 수사의뢰하면서 증거로 내놓은 문건내용을 보면 C후보는 약 3백회에 걸쳐 사랑방 좌담회를 개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매번 집주인에게 1백만원씩을 건넸다고 가정하면 이 후보의 경우 사랑방 좌담회 개최비용으로만 3억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C후보측은 "사랑방 좌담회 관련 문건이 아니고 전화홍보 대상자 명단에 불과하다. 금전출납자료도 발견되지 않았다" 며 "선관위와 야당의 주장은 허위" 라고 반박하고 있다.

야당의 경우도 단위만 다를 뿐 기본은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후보가 사랑방 좌담회에 5천만원만 썼다고 한데 대해 같은 당 소속의 의원은 이렇게 반박했다.

"아무리 우리 편이지만 한마디로 말이 안된다. 억대는 지출했을 것이다. '좌담회 비용' 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이렇듯 홍보를 위한 사랑방 좌담회 등의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조직가동비에 비하면 약과다.

"선거운동비 가운데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게 조직가동비다. 이게 약 70%를 차지하고 홍보비용은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는 시설비 등으로 지출된다고 보면 된다. " D지역 선거운동에 참여했다는 여당의원 보좌관의 설명이다.

20%에 불과한 홍보비가 수억원대이니 조직가동비가 얼마나 될는지는 대충 수긍이 간다.

후보와 선거대책위원장을 정점으로 선거본부장, 동마다 조직된 협의회와 직능단체장, 또 협의회별로 10명 이상씩 되는 운동원 등 공조직에 투입되는 돈은 끔찍한 규모다.

E지역 선거운동을 지휘했던 여당의 한 중간관리자 증언. "요즘 각 운동원들에 대해 지급하는 일당은 '머리' 가 제법 큰 사람일 경우 10만원,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적어도 5만원은 줘야 합니다."

이에 따르면 10개 동이 있는 선거구라면 운동원들에게만 하루에 지급되는 일당이 5백만원이고 여기에다 직능단체별 운동원과 지역단체, 청년.여성조직에 지급하는 돈까지 합치면 조직가동비는 '눈덩이 불어나듯이' 마구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 여당이 후보별로 선거운동원 등 핵심 당직자를 1천여명 거느렸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조직가동비로 지급된 돈은 하루 5천만원에 달할 것" 이라고 분석했다.

F지역 선거전에 참여했던 의원보좌관의 설명은 이렇다. "15일의 선거운동 기간중 동원된 의원보좌진이나 인근 지구당 관계자 등 3백여명에게 2~3차례에 걸쳐 30만~50만원씩 지급됐다. 보좌진 한 사람당 평균 40만원을 2.5차례 지급받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인당 1백만원 정도의 기본활동비를 받은 셈이다."

3백여명이 평균 1백만원을 받았다니 이들에게만도 3억원 정도가 들어간 셈이다.

유광종.이상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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